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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생태계 균형발전’이 최우선…“불법복제, 결코 정당화 안돼”
‘출판생태계 균형발전’이 최우선…“불법복제, 결코 정당화 안돼”
  • 김재호
  • 승인 2023.01.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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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창작은 테크닉이 아니라 그 밑의 ‘혼’이 더욱 중요하다.

큰 규모의 기업이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서울대에서 법학 학사를 했다. 웅진출판 편집국장을 거쳐, 상무이사를 지냈다. 웅진씽크 빅 대표이사 사장, 능률교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문경영인이 되는 길, 전문경영인으로 사는 길』(블루페가수스, 2018), 『CEO 아빠의 부모수업』(나무를심는사람들, 2016), 『그림 수업, 인생 수업』(나무를심는사람들, 2015), 『서른과 마흔 사이, 어떻게 일할 것인 가』(리더스북, 2011)를 집필했다. 사진=김재호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64세·사진)과 인터뷰하는 내내 마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푹 빠져들도록 하는 설득력과 힘이 있었다. 특히 책 속의 문장처럼 간결하고 리듬을 갖췄다. 예를 들어,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김 원장은 “창작은 테크닉이 아니라 그 밑의 ‘혼’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방탄소년단(BTS)이 매력적인 건 칼군무가 아니라 바탕에 흐르는 매력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생계를 위해 뛰어든 출판계에서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에 올라 후배들을 위해 ‘비즈니스 코칭’을 했다. 이젠 국내 출판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고민이 많다. 지난 10일, 상암동에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책 필두로 해외 독자와 만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작가 없이 출판사는 생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유통사·서점은 출판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에코과학부 생명과학전공)의 책 제목을 인용했다. 출판사-작가-유통사-서점이 공존하기 위해선 ‘출판생태계의 균형발전’이 첫째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 서지정보를 담고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서점은 북큐레이션에서 책에 대한 메타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고도화 작업으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업그레이드됐다.

둘째, K-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도 강조했다. 그림책은 현재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비룡소)는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수상’ 등의 쾌거를 올렸다. 그래서 언어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그림책을 필두로 해외 독자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셋째, 부모들이 미래를 위한 지적 투자가 바로 책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바로 ‘종이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보편적 독서문화의 확산이다. 아이들의 독서문화에서 1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즐거움을 깨닫는 게 소중하다. 김 원장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의 즐거움을 뺐는 건 안 된다”라며 “학교에서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부모로서 눈 꼭 감고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기다리자는 뜻이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다 보면 그림책마저 텍스트만 읽고 독서량을 채우려고 한다.

 

“종이책 읽는 즐거움 찾아주세요”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1천 권의 책을 대충 읽는 것보다 몇 권을 읽어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낫다. 자기 생각 없이 독서량만 늘린다고 문해력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독서율이 낮아지는 것만 너무 우려하고 집착하기보단 제대로 읽는 법을 알아야 한다. 좋은 독서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종이책의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 김 원장은 “종이책은 책 전체를 조망하면서 큰 그림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든 대학생이든 억지로 독후감을 쓰기 보단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읽는 즐거움을 알려면 출판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 김 원장은 ‘출판생태계의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도서·유통정보가 책 구매나 북큐레이션에서 적극 활용되도록 한다. 또한 K-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언어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그림책을 선두로 해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출판생태계를 위해선 기업의 창작자 지원이 절실하다. 

 

극적인 역사에서 일궈낸 콘텐츠의 다양성

K-콘텐츠가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알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자연스레 나온다. K-콘텐츠의 원천은 바로 ‘다양함’에 있다. 한국사회는 식민지부터 전쟁·산업화·노동운동·민주화를 겪었다. 이러한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다양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내가 불편해도 다른 걸 인정할 줄 아는 관용의 문화가 강조되는 이유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 출판산업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과실만 거두지 말고, 뿌리를 튼튼하게 해달라.” 김 원장은 “큰 규모의 기업이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 좋겠다”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노하우를 활용해 책을 통한 스토리메이킹에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흥원은 지난해 카카오와 중소출판 창작지원 사업 협업을 추진하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자체적으로는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으로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14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지난해보다 4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한글에 대한 수요가 적은 상황은 출판문화산업의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성숙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K-문화의 저력은 극적인 역사에서 버텨낸 경험에 있다.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전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콘텐츠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그러한 가치관은 실패에 대한 수용과 우리 안의 포용하는 힘에서 생긴다. 한 마디로 ‘따뜻한 무관심’이다.

 

출판생태계 약한 고리인 지역서점 지원

출판계의 많은 현안들 중 무엇을 중점에 둬야 할까. 김 원장은 ‘도서정가제’와 ‘북스캐닝 등의 불법복제’를 언급했다. 지역서점은 출판생태계에서 약한 고리이다.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흔들면 안 된다. 3년 주기의 도서정가제에 대해 합의만 된다면 기간을 늘려도 좋다는 생각이다. 불법복제는 개선하기 어렵다고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창작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게 불법복제다. 선배 작가나 집필자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나중에 본인의 저작권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21년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의 독서율은 점차 줄어 47.5%로 나타났다. 과연 종이책의 미래, 더 나아가 출판산업의 미래는 무엇에 있을까. “우리가 <뉴욕타임스>를 구독하는 이유는 언론의 관점을 사기 위해서다. 독서율은 낮아졌지만, 정보를 얻으려는 행위는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책의 매력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김 원장은 ‘독(讀)=리터러시’라고 강조했다. “읽는다고 다 읽는 게 아니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자기 생각을 갖고 제대로 읽기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김 원장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일까. 3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유은실 작가의 『순례 주택』(비룡소)은 주인공의 모습이 유쾌한 순례자 같아서 좋다. 여기서 ‘순례’는 집주인의 이름이기도 한데, 비유적으로 쓰였다. 김 원장은 “관광객은 불평불만만 하고 요구하는데, 순례자는 감사한다”라고 후기를 말했다. 퍼실리테이터인 구기욱 작가의 『반영조직』(쿠퍼북스)도 감명 깊게 읽었다. 조직을 경영할 때는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각자는 주장하는 의도가 있기에 그것들을 반영하는 게 상생하는 법이다. 김 원장은 글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읽었다는 착각』(조병영·이형래 외 3명 지음, EBS한국교육방송공사)도 추천했다.

김 원장은 대학·교수사회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산업과 문화 두 가지 방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출판문화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커리큘럼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을 출판사나 서점 등 업체들과 취업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수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학내에 독서 등 책과 관련된 문화가 형성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창시절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미루고, 스펙 한 줄을 위해 억지로 읽어 작성하는 독후감으로 기억된 독서활동을 바꾸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돼 사회에 나가서도 책이 주는 기쁨을 기억하고 꾸준히 찾아준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출판유통정보 통합관리
생산·유통·판매 실시간 정보화

‘출판생태계의 균형발전’을 위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업이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국내 출판유통구조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위해 구축된 플랫폼이다.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보화함으로써 지금까지 분산돼 있던 출판유통정보를 통합관리한다. 도서·출판사정보 검색, 출판산업 통계, 정가변경 공표 등을 서비스한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활성화는 세종도서 선정·구입,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을 지원한다. 세종도서는 학술 400종, 교양 550종을 선정하고 종당 800만 원 이내로 도서를 구입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매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진흥원은 2012년 7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출범했다. 2015년, 전북 ‘전주·완주혁신도시’로 기관 청사를 이전했다. 2021년, 제4대 김준희 원장이 취임했다.

주요 업무는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과 제도 연구·조사·기획 △출판문화산업 관련 교육 및 전문 인력 양성 지원 △출판문화산업발전을 위한 제작 활성화 및 유통 선진화 지원 등 이다.

국내 최대 독서문화 축제인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올해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다. 열 번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연중 강연 △체험 △전시 △공연 △학술 △챌린지 등 6개 분야에서 약 100개의 독서·출판·문화 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3월 ‘책의 도시’ 선포식을 시작으로 독서·출판·도서관·서점 관련 단체들과 협력해 지역 독서문화를 활성화하는 참여 독서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한다. 9월 초에는 3일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일원에서 본 행사가 개최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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