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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권한이양에 ‘무능·대학 자율성’ 우려
지자체 권한이양에 ‘무능·대학 자율성’ 우려
  • 강일구
  • 승인 2023.01.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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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장·지역전문가가 본 대학개혁안
교육부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지역 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도 밝혔다. 사진=교육부

'이제는 지방대 시대’의 내용이 채워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연두 업무보고에서 “지자체의 대학 지원 권한 확대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재정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대 지원 계획수립 권한도 지자체에 이양할 것이라 밝혔다. 국정과제 발표 당시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무성 강화”라고만 돼 있던 ‘이제는 지방대 시대’의 청사진이 한층 선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지방대 시대’를 눈앞에서 감당할 대학 기획처장들은 기대와 함께 고등교육 분야에 대한 지자체의 능력과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우려를 갖고있다.

이강형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경북대)은 대학에 대한 행·재정 지원을 지자체가 갖는 것에 대한 보완점으로 대학을 아는 조직이 지자체에 생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지자체에는 대학을 들여다볼 조직이 없다. 대학의 재정을 들여다보고 어떤 방향으로 산업과 연결시켜 투자를 결정할지 판단할 조직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강형 기획처장
이강형 경북대 기획처장(전국기획처장협의회 회장)

박주식 울산대 기획처장은 지지체에 행·재정권이 이양되고 지원재정 규모가 상당해졌을 때, 대학의 자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봤다. 박 기획처장은 권한 이전 초기에는 대학과 지자체가 독립적이겠지만, 결국은 지원 규모가 커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정치 권력에 대학이 활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조적 수단이 고안돼야 한다고 밝혔다. 행·재정 권한이 이양된 미래 대학과 지자체의 모습에 대해서는 “기획처장이 시의회에 가서 예산과 발전계획을 발표하는 서울시립대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식 기획처장
박주식 울산대 기획처장(전국기획처장협의회 경상지역협의회장)

이준재 한남대 기획조정처장은 권한이양 이후 예산이 국립대 중심으로 안배가 되거나 대학을 지자체가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걱정했다. 이준재 기획처장은 “RIS의 경우 주요 대학 3~4개만이 효과를 보는 데 그치고 있다. 약 20개 대학이 참여는 하는데, 대부분 대학은 실질적인 수혜를 못 보고있다. 이 같은 문제가 RISE에서는 완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재 기획조정처장
이준재 한남대 기획조정처장(전국기획처장협의회 전라·제주지역협의회장)

“시·도 아닌 ‘초광역권’ 협력체계 필요

한편, 정부의 지방대 시대 정책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같은 목소리의 핵심은 지역 학생들이 수도권과 같은 자극을 받고 이것이 항시적으로 유지될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행정학회 교육행정포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희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권한이양 같은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환경적 자극’을 주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우선 “지역 대학에서 지원 미달이 많은 곳이 공대다. 학생들이 수학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역산업 성장에 한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RIS 등에 대해 “대부분 교수가 연구 시설 환경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효과가 나오는 데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오세희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

오 교수는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막으며 지역과 함께 성장케 하기 위해서는 인턴십‧해외견학 등이 중요하다. 수도권 학생들이 받는 환경적 자극을 지역 학생들에게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자리와 교육이 얽혀 발생하는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행을 비슷한 환경적 자극을 통해 완화하자는 의미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일자리 상황이 좋을 때 대학에 투자하면 기대하던 효과를 본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학에 지원해도 좋아지지 않는다”라며 “대학이 중심이 된 RIS나 지자체가 중심이 된 RISE도 본질적 이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마 교수는 지역과 대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지원책보다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인적자본이 섞이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대학과 지역 관련 사업의 주체를 시·도가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처럼 초광역으로 하고 대학은 이 광역권의 산업생태계와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학생들의 이탈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마 교수는 “대학은 이 같은 산업생태계에 맞춰 개방돼 있어야 한다. 기업의 인력이 대학에서 준교수 대우를 받기도 하고, 기업이 교과과정에도 관여하는 등 대학과 산업 간 관계가 내용적으로 유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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