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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9) 中·日 불화와의 비교
한국의 美 (9) 中·日 불화와의 비교
  • 박은경 동아대
  • 승인 2006.06.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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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실적 세부묘사와 당당한 구도…日, 존재감 느껴지는 모습

▲공작명왕도, 비단에 채색, 11세기, 일본 인화사. ©

중국의 대표적 불화로는 송대의 명작으로 알려진 孔雀明王圖다. 북송 1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현재 국보로 지정돼있다. 공작명왕상은 독사를 먹는 공작을 신격화 해 표현한 것으로, 중생의 탐욕과 업장을 소멸하고, 천변지이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구제를 본원으로 하는 뜻에서 신앙되었다.

공작명왕 관련 텍스트 중에 ‘孔雀王呪經’, ‘佛母大孔雀明王經’, ‘孔雀明王儀軌’ 등이 중시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공작명왕의 주문이 독사 퇴치나 물린 상처가 치유됨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병 쾌유에 효과가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不空譯의 ‘孔雀明王儀軌’에 기술된 공작명왕 도상은 공작 위에 타고 있는 도상은 팔이 네 개인 四臂像을 언급하고 있으나, 본 작품은 정면향의 얼굴 측면에 각각 붙은 얼굴이 세 개이고 팔은 여섯 개인 三面六臂像으로 매우 드문 도상이다.

▲공작명왕도 부분. ©

화면 전체적으로 녹청과 군청과 같은 한색계의 고급 안료를 부드럽게 표현했으며, 탄력 있고 억양을 지닌 선묘와 날카로우면서 엄하게 비장한 모습을 띤 안면에서 북송시대 불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공작의 펼쳐진 깃털묘사를 비롯해 세부 묘사가 극히 사실적이며, 화면 배경의 飛來하는 구름표현과 바림기법, 그리고 공장명왕상과의 거리감 묘사는 화면에 깊이감을 절묘하게 연출하고 있어, 과히 白眉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속계에 마련된 청정도량에 강림한 공작명왕상을 좁은 화면에 시각적으로 당당하게 나타내고 있다.

▲공작명왕도 부분. ©

일본에서는 헤이안·카마쿠라 시대에 아미타가 서방극락정토에서 俗界로 내영하는 아미타내영도가 성행했다. 다양한 아마타내영도 가운데 古風 도상이 바로 아미타가 산을 넘어 내영하는 모습을 담은 선림사의 산월아미타내영도로, 현재 국보로 지정돼있다.

이 작품은 산 정상부 너머 상반신 모습의 아미타와 구름을 타고 산을 넘어 강림한 관음과 세지보살로 구성된 아미타삼존상이다. 화면 상단, 즉 본존 뒤편에 널리 펼쳐진 해수면은 아미타가 멀고먼 서방극락정토 세계로부터 속계를 상징하는 산 가까이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미타 본존은 제1지와 2지를 맞댄 양손을 가슴위로 올린 모습으로 마치 정토에서 설법인을 취한 모습으로 내영한 듯해 기존의 능동적인 모습의 아미타본존과는 차이를 보인다. 머리에 만월과 같은 둥근 원광을 배경으로 정면향을 취한 모습에서는 무척 존재감이 느껴진다. 이는 바로 산 너머에 위치한다는 존재감과 무관치 않을 것이며, 또한 산을 넘어 내영하는 적극적인 아미타의 모습과도 이질성이 있다.

▲산월아미타도, 138.7×118.2㎝, 비단에 채색, 13세기, 일본 선림사. ©

하단부 양측에는 惡靈으로부터 왕생자를 지키는 사천왕상이 각각 2위씩 서있으며, 안쪽에는 양손에 구슬장식이 늘어진 幡을 쥔 동자 2위가 마치 길을 안내하듯 서로 마주보며 서 있다. 왕생자의 형체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동자가 쥔 번이 바로 왕생자의 영혼을 맞이하는 상징 모티브임을 알 수 있다. 화면 상단 향좌측 모서리에 작은 圓內에 적힌 梵字(‘아’로 발음)는 阿彌陀의 ‘阿’자임과 동시에 대일여래의 상징기호다. 이 점에 대해선 양자를 동일시하는 高野山 眞言淨土敎系의 사상이 반영돼있다고 전한다. /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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