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1:15 (화)
지방자치, 일당 지배 구조를 보는 눈
지방자치, 일당 지배 구조를 보는 눈
  • 신기현 전북대
  • 승인 2006.06.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

▲신기현(전북대 교수,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
금번 5·31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 및 기초의회까지 장악해 풀뿌리 지방자치에 사실상의 ‘일당지배’가 강화되었다고들 말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마저 한나라당이 거의 일당지배의 위상을 차지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당지배의 경험은 과거에도 존재했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지역주의 정치가 극심한 시대에 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 당선자가 특정 정당 공천자로 독점되다시피 한 경험을 우리는 영호남 및 충청 지역 지방선거에서 적나라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특정 정당 출신들이 자치단체장직이나 광역의원직을 거의 모두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제도를 만드는 입장에 있는 정치인들은 너희 지역은 너희가 알아서 하고 나의 지역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의도를 지녔었는지도 모른다.

자치단체장이야 1개 자치단체에 1명뿐이니까 특정 정당이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광역의회만이라도 우선 중선거구제로 하여 특정 정당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던가. 1개 선거구에서 각 정당이 공천할 수 있는 후보의 수를 제한한다고 보자. 그러면 적어도 광역의회에서만큼은 이미 과거에도 2-3개 정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 지방의회 내부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도 자연스럽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치권은 이러한 교정 작업은 고사하고 금번 5.31지방선거에서는 아예 기초의회까지 특정 정당이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버리지 않았던가. 혹자는 중앙정치권의 불가피한 상황이 지방선거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기야 정당별로 대등하던 분위기에서는 이렇게까지 특정 정당에 의해 독점되리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너 좋고 나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광역의원 선거제도는 손대지 않은 채 기초의원 선거에만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면서도 선거구별 정당 후보 공천 수에 대해서는 제한하지 않는 바람에 기초의회마저 특정 정당만의 잔치로 가게 한 원인이 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정당들이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리려 들지 않고 1개 선거구에 배정된 정원 모두를 차지하려고 공천했던 것도 일당 지배의 가능성을 높인 요인이 된 셈이다.

일당지배가 되더라도 의회는 의회고 집행기관은 집행기관이니까 정파에 관계없이 적절한 견제와 책임정치 구현을 한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 모두가 동일 정파인 상태에서 집행기관이 부적절하게 사안을 처리해도 의회가 견제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또한 의장 등 의회 지도자가 부패 등의 혐의로 기소되는 경우 언론가 시민단체 등이 아무리 사퇴를 요구해도 특정 정파 일색의 의회 구성 현실에서는 동료 의원들이 침묵하기만 하면 의장직 등의 직책 유지가 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른 부담이 그대로 주민들에게 전가되는데도 제도적으로 견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 현실이 아니었던가.

이미 5.31지방선거 이전에도 영남지역은 한나라당이, 전남광주지역은 민주당이, 전북지역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견제와 균형은 깨진지 오래였다.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주의 시각과 중앙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현실 속에서 제도적으로 독점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한 채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이 공천하였으니 전국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배 구조 심화는 4년간 어찌해볼 수 없는 지방자치의 운명이 되고 만 셈이다.

그러기에 혹자는 지난 해부터 시행된 주민투표 제도와 올해 제정된 주민소환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길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민소환과 주민투표는 생각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주민소환 제도는 1년 뒤에나 시행될 예정이고 지방자치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주민소환이나 주민투표의 요건이 까다로와 특정 정당을 견제하는 데는 유용한 장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지방의회의 일당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광역의원 선거까지도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되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1개 선거구에서 1개 정당이 공천할 수 있는 후보의 수를 제한하는 쪽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아무리 4년간은 일당 지배 구조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할지라도 주민들의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감사청구 제도의 개선과 함께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 강화로 일당 지배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축소시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