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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BK21, 한국 대학지원책의 자화상
대학정론: BK21, 한국 대학지원책의 자화상
  • 박부권 논설위원
  • 승인 2006.06.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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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권 논설위원, 동국대 교수(교육학) ©
두뇌한국 21사업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7년간 2조 1 천 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기초·원천 기술과 유망 첨단 기술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세계 10위권의 연구중심대학과 지역혁신을 선도할 지방특성화 대학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계획대로 7년 후에는 진정 세계 10위권 대학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두뇌한국 21”사업에 붙어있는 화려하고도 야심 찬 수사들을 제거하고 나면, 거기에 남는 것은 대학의 구조조정과 대학원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다.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이 두 목표는 두뇌한국 21사업의 DNA요, 이중나선이다.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국민정부에서 시작한 “두뇌한국 21‘은 원래 서울대의 학부 정원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학부정원을 줄여 서울 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면, 입시경쟁도 완화하고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대학원생의 수가 학부정원 감축의 기준이 되고 여기에 더하여 대학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제도개혁들이 재정지원의 조건으로 요구된다.

주지하다시피 이 기본설계는 대학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지원의 범위가 서울 대에서 모든 대학으로 확대되고, 지원분야도 조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사업의 원래목표였던 학부정원의 감축과 대학의 구조조정이 절대적인 요건에서 상대적인 요건으로 바뀌고 만다. 학부정원감축과 대학의 구조조정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사업단에 선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학부정원 감축을 대학원생 학자금 지원으로 실현하고, 다시 여기에 대학의 구조조정을 연계한 두뇌한국 21사업의 기본 설계도는 그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사회의 반발에 부딪쳐 대상범위가 확대되고 기본 설계도에 수정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그것은 더 이상 대학의 학부정원 감축에도 그리고 대학의 구조조정에도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두뇌한국 21은 그것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 구조조정, 학부학생수 감축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은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 교수 1인당 학생수는 국립대학이 33명, 사립대학이 42명이다. 이는 미국 17명, 독일 11명, 일본 12명에 비하여 2배에서 4배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뇌한국 21에 의지하여 세계 10위권 대학을 꿈꾼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보다 강력하고 획기적인 새로운 대학지원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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