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45 (금)
사랑의 철학
사랑의 철학
  • 김재호
  • 승인 2023.01.06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퍼시 비시 셸리 지음 | 정정호 옮김 | 296쪽 | 푸른사상사

 

셸리, 위대한 사랑의 화합을 꿈꾸며 인류애를 실천하다

지난 2022년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 B. Shelley, 1792~1822)가 서거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였다. 20세기 전반 신비평(New Criticism)이 지배하였던 영미에서는 비전적이고 개혁주의적인 그의 사상과 시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영미 문단과 학계에서 크게 재평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 모순과 불의에 맞서 싸워온 열정적 사회개혁자이자 위대한 사랑의 화합을 꿈꾸며 서정의 노래를 불렀던 셸리의 시를 『사랑의 철학』으로 불러낸다. 이 작품 선집에서는 셸리의 초기시부터 후기시에 이르는 서정시와 연애시, 자연시, 철학시, 정치시, 극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19세기 서구 낭만주의 시대 문학이론의 정수인 그의 시론 『시의 옹호』도 주목할 만하다. 영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서 탁월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정정호 교수(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셸리의 문장을 이 책에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각 작품에는 주석을 달고 책 말미에 해설을 붙여 셸리의 시 세계와 사상을 이해하는 데 긴요한 도움을 준다.

셸리는 1979년 잉글랜드 서식스주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한 셸리는 「무신론의 필요성」을 집필, 출판한 일로 퇴학 처분을 받는다. 정치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을 만나며 그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당대의 문인들과 사귀며 급진적 정치운동에 투신한다. 이 시기 첫 장편 철학시 『매브 여왕』을 비롯해 사회개혁적인 산문들을 발표한다. 고드윈의 딸 메리와 재혼한 셸리는 고국을 떠나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며 장편 시극 『해방된 프로메테우스』 『첸치가의 비극』, 단편시 「종달새에게」 「서풍에 부치는 노래」, 시론 『시의 옹호』 등의 수작을 발표한다. 1822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위선적 도덕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했던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신비평에 이르기까지 셸리의 시는 널리 읽히지 않았다. 권위와 압제를 향한 셸리의 반항 정신이 사회 규범과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문명으로 점철되었던 시대를 살아오며 셸리는 인도주의와 세계시민주의 사상을 주장하며 인류애를 강조하였다.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불합리한 것들에 분노하고, 학대받는 자들과 연대하면서 민중의 고된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낭만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시인이었던 셸리의 시를 통해 갈등과 분열로 지친 오늘날에도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