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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인도 출신, 정재계에서 맹활약 하는 이유…‘다중언어’로 친밀감을 쌓다
[글로컬 오디세이] 인도 출신, 정재계에서 맹활약 하는 이유…‘다중언어’로 친밀감을 쌓다
  • 지연정
  • 승인 2023.01.1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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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오늘날 전 세계의 정계, 재계 그리고 학계에는 인도 출신 전문가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미국의 까믈라 해리스 부통령,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 캐나다의 아니따 아난드 국방장관 등의 정계인사를 비롯하여 순다르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CEO, 사띠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빠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와 샤따누 나라옌 어도비 CEO등 대표적 인도 출신 CEO들이 즐비하다. 학계에서도 자연과학, 의학, 경제학 등에서 인도 출신 교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까믈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CEO이다. 인도 출신이 전 세계 정치·경제·학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2021년 인디아스포라 정부 리더 리스트(Indiaspora Government Leaders List)에 따르면 전 세계 15개국에서 200여 명 이상의 인도 출신 정치가들이 각국 행정부 요직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중 60명 이상이 각 부처 장관 이상의 직위를 가지고 정부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전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CEO 10명을 선정하였는데, 이 중 3명이 인도 출신 경영인으로 밝혀지면서 인도 국내 미디어들이 축하 뉴스를 동시 타전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 국민들은 인도 출신 해외 이민자들이나 전문가들의  활동을 환영하고, 인도 정부는 이들과 자국민 교류를 적극 장려하는 차원에서 여러 정책적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주지할 만한 점은 인도 정부의 인도 혈통을 가진 자(Person of Indian Origin, PIO)의 정책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이를 증조부모까지의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인도 사회는 인도인의 혈통이 조금이라고 있다면 모두 인도 출신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인도 국민이나 이민자들도 자신들의 혈통과 문화적 배경에 인도가 자리잡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이를 네트워크에 적극 활용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인도인이라는 개념은 넓게 잡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양적 성장에 치우쳤던 인도인과 이민자들의 해외 활동은 이제 질적 성장을 거쳐 성공적인 사례의 표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인 디아스포라의 숫자는 멕시코와 중국, 러시아가 전 세계 디아스포라 집계에서 각각 2위, 3위,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각 국가의 지도층 및 전문경영인으로 자리 잡은 숫자는 인도가 월등하다. 이외에도 미국 취업비자(H-1B)의 70% 이상을 인도인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가져가는 등 인도 출신에 대한 선호가 아주 크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많은 사람들은 ‘인도 출신들은 어떻게 각 사회의 지도층에 자리 잡았는가’라는 질문이나, ‘왜 많은 국가 및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출신을 선호하는가’라는 논의를 지속해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도 출신 전문가들이 기본적으로 각자 전문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문화적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지도층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도인들의 뛰어난 언어 습득력이나 수리능력, 탄력적인 사회적 적응력은 개방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많은 국가 및 단체에서 환영받아온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피상적인 분석보다 피부로 와닿는 질문은 인도인들은 어떻게 타국의 주류사회에서 친밀감을 형성하고, 소속된 단체에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며 타인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가에 대한 것이다. 

많은 요인 중에서도 손꼽히는 두 가지는 대화 능력과 배려 문화이다. 오늘날 인도 전반에 걸쳐 전화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나 채팅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도 사회는 대화를 장려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수다스러운 인도인과 논쟁을 즐기는 인도인이라는 수식어는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잘 나타낸다. 동시에 소통을 바탕으로 한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인도인들의 대화의 양이나 주제가 매우 방대하고 다양한 편이며, 평소 상이하고 이질적인 사회의 룰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친숙한 대화 주제를 꺼내는 것에 능숙하다. 이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많이 접해본 인도인들이 해외에 진출 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같은 요소는 사회적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인도인들의 배려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다. 더 정확하게는 상대방과의 교분을 쌓을 때 거슬리지 않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려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민감한 정치 사안을 이야기 하거나, 실리콘밸리에서 수평적 관계에서 의견을 피력할 때나 학술 및 개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의견을 조절할 때 이러한 능력이 발휘된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많은 인도인이 가지는 2개 국어 혹은 3개 국어 구사 능력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오늘날  인도인들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보여주는 문화적 강점은 다른 나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지연정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의 자와하랄 네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 외교정책 및 안보정책에 관해 연구 중이다. 최근 「Unfriendly Guardians: India’s First Nuclear Leadership Change in 1966」(2021) 등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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