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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연구는 ‘수학·코딩’에서 시작
로봇 연구는 ‘수학·코딩’에서 시작
  • 김재호
  • 승인 2023.01.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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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⑳ 배정연 미시건공대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스무 번째는 배정연 미시건공대 교수다.

“로봇 연구를 하려면 수학은 기본부터 탄탄히 다져야 하고, 코딩도 잘해야 한다. 전공자나 해커처럼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레벨의 코딩은 필요하다.”

배정연 미시건공대 교수(기계공학·응용컴퓨팅학과)는 ‘다(多)개체 이종로봇 전문가’이다. 여러 대의 다른 로봇을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에 대해 연구한다. 배 교수는 로봇은 융합공학의 결정체라며, 기본이 잘 닦여 있어야 눈에 보이는 결과도 나온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국제 정밀공학 및 제조학회지에서 ‘생산공정에서의 다종 로봇 운용 전략’ 연구로 2017∼2018 논문 최다 다운로드상을 수상했다. 

 

배정연 미시건공대 교수(기계공학·응용컴퓨팅학과)는 홍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했다. 미국 텍 사스A&M대에서 기계공학(로봇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지능시스템 및 로보틱스 연구실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사진=WISET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먼로봇센터에서 인턴을 한 게 계기였다. 여기서 태권브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배 교수는 그때 비로소 로봇이 우리 생활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연구 목표는 배달 로봇 두 대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로봇에게 배달 미션을 수행하게 할 것인가, 로봇의 기능과 능력은 물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미시건공대의 강점은 협업이다. 대학교 옆 호숫가인 수페리어호에는 로봇 관련 연구자들이 모두 모인 센터가 있다. 예를 들어, 컴퓨팅 관련 연구센터, 파워시스템 관련 연구센터 등 다양한 센터들이 있다. 로봇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링·자연과학·사회과학과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기술 지원을 해주는 스태프들도 많다. 본인이 모든 지식을 다 갖추고 있지 않아도 센터에 소속된 다른 연구자의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미시건공대의 매력이다.

“로봇 연구를 하려면 수학은 기본부터 탄탄히 다져야 하고, 코딩도 잘해야 한다. 전공자나 해커처럼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레벨의 코딩은 필요하다.” 로봇을 연구하면서 실제 개발한 알고리즘을 적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만약 이러한 불량이나 변수가 생길 경우 어떤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할까? 배 교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테스트할 때 문제는 하드웨어에서 생긴다”라며 “알고리즘이 아닌 테스트 환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배 교수는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게 아니라 실험 환경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다”라며 “연구를 오픈하고 공유하면 서로 참고하면서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설명했다. 

주행환경 상황인지와 최적 작업경로를 위해 어떤 알고리즘이 많이 적용될까? 배 교수는 경로 생성은 크게 전역경로생성과 지역경로생성으로 나뉜다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전역경로생성(Global Path Planning)은 시작점과 탐구할 지점이 있을 때 전체적인 경로를 생성하는 방법이고, 지역경로생성(Local Path Planning)은 주행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새로운 경로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전역경로 생성은 고전적인 방법을 많이 쓰고 있어서 교과서에 나오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발전된 형태로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역경로 생성은 강화학습 기반 알고리즘이 인기가 많다.” 특히 배 교수는 “인지 부분은 아무래도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다”라며 “이미지러닝이 발달하면서 이미지 기반으로 인지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졌고, 레이저 센서를 쓸 때도 예전보다는 러닝을 많이 써서 인지를 한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고전적인 방법과 같이 썼을 때 훨씬 안정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인간은 로봇을 슈퍼바이징…협업이 대세

그런데 로봇이 발전하면서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예전에는 로봇을 사람처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은 로봇과 사람이 같이 일하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로봇이 사람과 거부감 없이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업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배 교수는 “이제는 로봇을 사람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모션과 비슷하면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하는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라며 “로봇과 일하는 사람들은 로봇을 슈퍼바이징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주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로봇 연구에 있어 선두 주자다. 다른 나라들에 뒤지지 않고 실무적으로나 연구적으로나 앞서가고 있다.” 로봇기술이 우리 생활에 정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로봇산업이 실생활에 잘 활용되려면 일단 로봇 관련 중소기업들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사실 레이저 센서나 로봇 플랫폼, 이미지 프로세싱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랑 중소기업들이 한국에 많다. 이런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은 법적인 규제가 많아서 실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로봇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도 많다.

배 교수는 로봇 관련 교육 중 로봇경진대회를 언급했다. 이를 위한 코딩 교육도 많이 생겼다. 코딩이 중요하지만 너무 일찍 시작하는 건 반대다. 그는 “코딩은 재미있게 시작해야 하는데 섣불리 재미없게 시작하면 흥미가 떨어져 하기 싫어진다”라며 “자기가 생각한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시작해 본인의 필요성에 의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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