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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보장 넘어 다양한 욕구 실현하는 ‘사회보장’
소득 보장 넘어 다양한 욕구 실현하는 ‘사회보장’
  • 김재호
  • 승인 2023.01.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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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리지 보고서’의 현재 의미를 찾아서

지난해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 신촌 모녀 사건은 궁핍이 원인이다. 목숨마저 스스로 끊어야 하는 빈곤의 악순환은 지금도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공공의 사회보험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보편적 사회복지를 주창한 『베버리지 보고서』가 나온 지 81주년이 되었다. 국민 최저선, 완전고용과 사회보장 계획을 강조한 이 보고서가 최근 중요 부분을 발췌해 번역·출간됐다. 과연 현재의 한국사회에  『베버리지 보고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에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윤태 고려대 교수(공공정책대학),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경제학·사회학·사회복지학의 관점에서 『베버리지 보고서』를 분석했다. 

 

“빈곤은 소득분배가 잘못되어서 나타나는 사회문제로서 자유시장에 맡겨두면 저절로 해결되는 성질이 아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는 「베버리지의 복지 사상을 읽는다」에서 베버리지의 핵심을 이같이 요약했다. 

베버리지는 사회보장을 사람이 굶어 죽는 것만을 예방하는 제도를 넘어 건강부터 문화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생활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 교수는 “인기가 하도 높아서 결국 이 보고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복지국가 건설의 청사진이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베버리지 보고서』의 사회개혁과 역사적 의의」에서 사회정의의 관점을 제시했다. 전쟁이 끝난 후 이상사회를 꿈꿨던 베버리지는 개혁적 의지를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베버리지는 궁핍의 해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완전고용을 강조했다”라며 “동시에 『베버리지 보고서』의 급진적 계획은 포괄적인 보건 서비스, 보편적인 아동수당 그리고 실업, 질병, 노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했다”라고 밝혔다. 베버리지는 실업수당만 받으려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강제와 재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교수가 분석한 보고서가 제시한 권고안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종합적: 출생에서 죽음까지 빈곤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적용한다. △보편적: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기여: 임금에서 기여금을 납부한다. △자산조사 반대: 지불 능력이 없어도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의무적: 모든 노동자가 기여해야 한다. 

그 당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당은 집권했다. 이로써 1945년 아동수당법, 1946년 국민보험 및 산업재해보험법, 국가보건서비스법, 1948년 국민부조법을 제정했다. “국민보험에 가입한 모든 사람은 질병, 실업, 퇴직에 따른 수당을 일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모든 병원을 국유화하며 모든 국민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불평등해진 한국사회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전쟁은 부자들의 부를 파괴함으로써 사회적 부의 분배를 평등하게 만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히려 부자를 더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윤 교수는 보고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첫째,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서 보편주의다. 둘째, 보편적 사회보장의 적용 측면에서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하나의 제도로 모든 시민을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러 계급을 촘촘하게 분류하고 사회보험의 방식을 제안했다. 

 

1943년 경 베버리지의 모습이다. 베버리지는 사회보장을 강조하는 보고서 출간했다. 이로써 영국 사회복지의 아버지로 불린다. 사진=위키백과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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