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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강남대, 학내 교회에 감시카메라 설치 논란
초점 : 강남대, 학내 교회에 감시카메라 설치 논란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6.1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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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판옵티콘의 재현 …학교 교회만 참석 유도

최근 ‘이찬수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강남대(총장 윤신일)가 감시카메라로 교수들의 예배 참석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대학 교회 예배 참석률을 인사 평가에 반영해 종교가 없는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강남대의 ‘우원 기념관’ 1층 대강당은 예배용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배당 입구 정면에 돔형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논란이 시작됐던 것(아래 그림 참조).


허남일 강남대 교수협의회장은 “교회 출석여부가 업적평가에 반영된다”며 “매번 출석을 부를 수 없으니 출석체크를 위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출석체크를 전혀 안하는데도 출석여부를 대학에서 파악하고 있는 걸 보면 CCTV로 출석여부를 파악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발언도 덧붙였다.

“교회 출석을 통해 얻게 되는 업적평가 비중이 적어서 교내 예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가 종교문제로 스트레스를 주는 건 사실”이라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교수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출석부를 통해 예배 참석을 증명했으나, 예배 출석부는 없어진 지 오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교수들의 허위출석 기재가 적발돼 학교에서 출석부를 없애고 교회 입구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갑수 담임목사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정하면서 “교수들이 출석부를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절대 감시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출석부 확인 후 녹화상황을 통해 누가 왔는지 훑어보는 정도”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교목실의 한 관계자는 “큰 교회에 가면 카메라가 다 있지 않느냐”며 “카메라는 예배 상황을 녹화하고 행사장 안 상황을 점검하는 용도이지 꼭 출석체크용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에 강남대의 한 교수는 자신의 제자가 “녹화테이프를 보고 교수들의 출석을 체크했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고 털어놓았지만, 윤갑수 목사는 “그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지난 4월 교수신문이 소개했듯이, 강남대의 교수 업적평가 가운데 봉사영역 점수 계산방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교원인사개발처에 따르면, 교수들은 예배 1회 참석에 0.5점의 봉사점수를 받고, 1년(48주)이면 24점을 받게 된다. 이는 재임용을 위한 봉사점수 커트라인 20점(재임용 30점)을 상회하는 점수.

교수들은 “신학대학도 아닌 일반 종합대학인 강남대가 점수를 미끼로 기독교로의 발걸음을 요구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전한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종교가 없는 교수들은 인사평가와 맞물리는 기독교행사를 ‘포교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학 사회에서 특정 종교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 신자들 역시 “진정한 신앙인을 길러내지 못하고, 점수를 위한 비양심적 신자를 양산해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수들의 스트레스는 교회 밖에서도 계속된다. 한 교수는 “공식적인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는 것 역시 종교의 자유를 일정부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정종교의 신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나, 특정 교회로의 참석을 유도하는 것도 대학사회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장 명의로 교회행사에 참석하라는 메일이 발송돼, 교내 예배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교수들도 있다. 교목실의 한 관계자는 “성탄절, 부활절, 추수감사절 등 중요한 기독교 행사가 있을 때만 초청장 형식으로 발송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태를 관망하던 강남대의 한 교수는 “예배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교회에 모여 ‘우리 모두 죄인이니 회개합시다’는 식의 통합기제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윤신일 총장은 “교회에 억지로 나오라고 한 적도 없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총장은 “학교의 창학정신이 기독교 정신이다보니, 비기독교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비단 강남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충청지역 사립대의 한 교수는 “학교 교회에 참석하는 것이 업적평가에 반영된다”며 “학교 교회만 나오라는 식의 요구가 종종 있어 심기가 불편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종교사학들이 업적평가를 빌미로 교내 종교행사 참석을 유도하고 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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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park 2006-07-13 10:14:41
종교계 사학과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는 서로 다르다. 특정 종교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거나 특정종교인만 대학 교수와 교직원으로 뽑는다는 제한을 두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대학 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특정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신학교와 종교계 사학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구분 기준과 이에 따른 국가와 사회의 직간접 지원 차별화를 위한 기준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