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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代가 니체를 보수로 만들다
時代가 니체를 보수로 만들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6.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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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전집완간 심포지엄 열려

1998년 편집위원회를 구성, 지난해 전21권의 전집을 완간한 니체학회는 지난 6월 3일 ‘왜 우리는 지금 니체를 말하는가’라는 주제로 니체사상의 ‘현대성’을 철학· 정치·문학의 입장에서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니체와 현대철학’을 발표한 이진우 계명대 총장은 “니체 그 자체가 현대성이지만, 단 하나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그의 현대성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라며 텍스트보다는 니체의 ‘태도’에서 현대성의 본질과 내용을 추론하고자 했다. 그는 니체를 가장 현대적으로 만드는 것은 ‘미래철학의 서곡’으로 추구했던 ‘실험의 철학’이라며, 이로써 현대의 핵심적 문제인 허무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살펴보았다. 허무주의란 근본적으로 규범적 방향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는 서양의 이성중심의 학문에서 야기된 것인데,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학문이 필요하며 계몽을 끝까지 밀고 갈 필요가 있다고 니체사상을 해석한다.

또한 이 총장은 영원회귀하는 “허무주의 개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규범과 의미를 창출하려는 니체의 철학적 태도에서 ‘선함’을 읽어낼 수 있으며, ‘현대성의 출발점’이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는 얘기다.

‘니체와 현대사회’로 니체사상의 정치철학적 의미를 짚은 김진석 인하대 교수는 그의 아포리즘과 철학으로서의 한계, 나아가 시대적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니체의 철학이 “보수주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니체는 여러 저작에 걸쳐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보다 우월한 정치형식으로 ‘위대한 정치’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 교수는 니체 그 자체를 비판하기 어려운 점을 여러 가지로 인정하면서도, 니체가 철학적 이상과 현실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민주주의를 평가한 ‘한계’를 짚는다. 즉 니체의 “‘위대한 정치’에서 철학적 지향점은 현실정치에 대한 평가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지만, 다른 한편 그것의 역사성을 잠식하는 듯하다”라는 평가다. 나아가 니체가 사회적 차원에서 사람관계를 설정할 때 “우리를 떨어뜨려놓는 간격을 유지하는 것”을 ‘자유’라 호명하고 이는 자기책임에의 의지를 갖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김 교수는 이 역시 “귀족적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인간들 사이의) ‘간격의 열정’에 사로잡혀 그것의 고전적 중요성을 역설하다보니 “민주주의가 역사적으로 갖는 정치적 의미를 다소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니체가 염려했던) 힘에 대한 욕구가 약화되고 쇠퇴하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위계질서의 측면에서 그러한 것이며, 오히려 분열적 경향이 새로운 복합성을 낳으면서 무서운 조직력을 낳고 있다”며 니체가 간과한 것을 지적했다. 결국 오늘날 정치이념의 지형도 내에서 니체는 “보수적이며 호전적인 자유주의 유형에 걸맞”다는 것이다.

안성찬 중앙대 교수는 ‘니체와 현대문학’에서 자연과 실존의 진실을 표현하는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미적 가상을 통해 이상화해 보여주는 아폴론적인 것의 변증법적 결합이 오늘날 예술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 문학에서 니체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실감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안 교수는 니체의 사상이 여전히 ‘미학적 사유’의 선구자로 남아있다고 판단하는데, 헤겔의 관념론 극복문제에서나 프랑스 탈구조주의자들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매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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