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13 07:46 (일)
민음사 40주년을 바라보는 문화계의 시각
민음사 40주년을 바라보는 문화계의 시각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6.07 0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학의 산실 … 지나친 상업화 아쉬워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함께 민음사의 문학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유종호 연세대 교수는 “어려울 적에 출판업을 시작해 문학출판을 궤도에 올렸고, 40년간 유지시켰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민음사에 대한 평가는 90년대 중반 이후 엇갈린다. 인문학적 본령을 지켜왔던 민음사가 90년대 이후 상업화의 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문열의 ‘삼국지’, ‘드래곤 라자’(1998),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2000)로 많은 매출을 올렸음에도, 비슷한 시기 ‘대우학술총서’를 종간하고 지성인의 담론지였던 ‘현대사상’을 3년만에 폐간 했으며, 이문재나 나희덕의 시집이 절판돼 다른 출판사로 발행하게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출판평론가 박천홍 씨는 “다각화되는 출판시장의 흐름과 동향을 누구보다 일찍 간파한 것은 인정하지만, 기존의 정체성에 신뢰를 보낸 독자들은 아쉬웠다”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편집위원은 ‘민음사만의 일은 아니겠지만’이라는 칼럼에서 “연간 매출 3백억대에 이르는 대형출판사가 경제적 타산으로 시집을 살해한 것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문학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측면에서 어색하기도 하고 독실한 시장숭배로 키웠을거란 생각에 걸맞아 보이기도 한다”며 이는 “민음사의 부끄러움이자, 대한민국 출판문화의 부끄러움이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학자발굴이 예전보다 많이 덜해진 느낌이라는 김상환 서울대 교수(철학)는 “상업과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있는 출판사인만큼 외국이론을 수용·소개하는 차원을 떠나 보다 견고한 인문학적·자생적 이론의 산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출판사는 문화사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하는데, 그 중심에는 인문정신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 어느 주요 일간지의 한 기자는 “분화되기 전에는 자유주의적 노선에 입각한 인문학적 정신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아예 발벗고 돈벌이에 나선 것 같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지난해 홈쇼핑 진출과 박상순 대표의 퇴임으로 더해졌다. ‘세계문학전집’을 홈쇼핑에 내놓고 수십억원의 매출을 한꺼번에 올렸지만, 출판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 인터넷서점보다 훨씬 높은 할인율과 사은품은 고객에게 도서정가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며, 막강한 자금력으로 중소출판사의 목을 조른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출판협회 회장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자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구본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출판사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문화적 가치와 수익창출 가치의 균형을 갖추기 위한 시행착오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쓴소리들은 ‘그래도 민음사라면’이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도 민음사라면 손해보는 인문학도, 오역·오타를 엄정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게 독자들의 바람이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실망 2006-06-08 12:25:19
최근 김우창전집이 다시 찍혀 나온 것 같길래 서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증보된 것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치고, 조판자체가 아예 옛날 것을 그대로 복사했더군요... 조잡한 인쇄체에 편집까지 아예 손끝하나 안대고 그냥 복사를 했더랍니다.. 어떻게 메이저 인문출판사에서 아니 그냥 출판사라고 해도 그렇지, 책을 그렇게 다시 찍어냅니까? 누구에게 그런 책을 사보라는 겁니까?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다 복사해서 보는거랑 똑같은 책... 출판사가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건지 한심스럽더군요..민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김우창의 책이 그렇게 나오는데 다른 책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아버지의 음덕으로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처세술 책이나 내는게 제일 적당할 것 같더군요...오늘날 민음사가 있기까지 누가 글을 쓰고 누가 사본 것인데,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요샌 민음사에 책이 나오면 꼼꼼이 책을 뒤적입니다. 이거 사도 되는 책 맞는가 해서...자본의 논리 이런 걸 떠나서,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어쩌다 상도의 자체가 바닥을 친 출판사가 되었는지 정말 안타깝군요..

아쉬움 2006-06-08 09:36:19
한 마디 해야 겠네요.
민음사에서 출판한 <자유의 미래>라는 책은 요즘 같은 때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좋은 책입니다.
그런데 고작 석사과정 마친 학생들에게 번역을 시켜서 출간을 하니 그래도 되는 것인지요.
그 번역서를 수업시간에 읽히다가 화가 나서..
내가 학생들에게 책값을 물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그 책을 폐기하고 전문가에게 다시 번역을 시켜 출판하기 바랍니다.
그래도 민음사에 애정이 있으니 이런 소리라도 하는 줄 알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