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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이전에 질서를 마련하라
‘보이지 않는 손’ 이전에 질서를 마련하라
  • 정창화 단국대
  • 승인 2006.06.0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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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규제의 역설』 김영평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96쪽 | 2006

하나의 규제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제의 주체인 정부가 항상 공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규제를 추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만일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가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규제가 목표로 하는 그 공익을 오히려 해친다면, 정부가 선한 뜻에서 행한 규제는 실제로 부작용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세상이 굴러가는 이치나, 그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이 정부가 짜놓은 규제로 통제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논리가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규제의 역설’에 대한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역설이 존재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새로운 규제는 생산되고, 지속되며 또한 강화되고 있다. 왜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인가. 그러한 규제 대신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가.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한 해결책을 이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제1부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시장원리에 반하는 규제는 오히려 사회의 해악으로 나타나며 바로 규제에 대한 역설적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규제에 대한 실패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즉, 각종 경제사회 문제를 규제라는 강제력을 동원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에서 비롯됨을 밝히고 있다.

제3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부는 규제를 더 심각하게 양산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수단으로 더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규제의 강화현상을 정부역할의 변화와 신계급의 출현과 새로운 시장질서의 요구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는 규제의 참모습, 규제시스템의 개선 그리고 규제의 대체방안 등을 논하면서 그 해결책을 시장과 자율에서 찾고 있다.

결국 이 책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규제가 늘어나면  날수록 정부의 실패도 더 가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 설계부터 잘못된 규제를 고치고 손질하여 다듬어 봐야 ‘성공적인 규제완성품’을 내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선한 의도를 품고 규제를 만들었지만, 규제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규제의 역설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탓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책은 규제에 대하여 새로운 논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몇 세기 전부터 주장되어온 자유주의적인 세계관에서 비롯된 논리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규제실패의 원죄설을 규제에 대한 이해부족의 관료들에게 돌리고 있는 느낌이다. 더 확대하면 규제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물론 정부가 항상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과 의지와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규제 자체가 환상과 착각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시장의 질서,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질서’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서란 인간과 사물의 본성에 부합되는 질서를 의미하며, 인간의 활동은 질서의 틀 내에서 자유를 향유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질서의 틀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된다면 정부가 작동시키는 규제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규제에 대한 시각이 Eucken의 ‘질서자유주의’ 이념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이 책에서 규제치료를 위한 만병통치약(Placebo)으로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질서 확립과 규제 역설의 원죄를 지고 있는 정부의 이해부족한 사람들에게도 보다 나은 사회건설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비록 규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책이 규제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정창화 / 단국대, 행정조직

필자는 독일 Speyer국립행정대에서 'ASEM 내에서 아시아-유럽의 신협력의 예로서 유럽연합과 동아시아 간의 협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독일지방정부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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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도 2006-06-08 09:48:25
placebo는 가짜약 아닌가요? 만병통치약은 panacea인데...
사소한 실수지만 교수신문의 대외적 공신력을 훼손합니다. 주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