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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공대 여성 1호 정교수…블로그로 유학 경험 공유
카이스트 공대 여성 1호 정교수…블로그로 유학 경험 공유
  • 김재호
  • 승인 2022.12.29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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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⑲ 문수복 카이스트 교수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열아홉 번째는 문수복 카이스트 교수다.

여성과학기술인법 제정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계기로 물리와 수리, IT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여성과기인들의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수복 카이스트 교수(전산학부)는 데이터센터의 초고성능 통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 전문가이다. 문 교수는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싸이월드의 인기를 지켜보면서 트위터의 폭발적인 성장까지 예상했다. 그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파급력을 분석한 논문으로 피인용횟수 2만2천회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문 교수는 한국연구재단 선정 개방형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연구단장,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센터장과 정보보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행정안전부 전자정부분과 정책자문위원, 2020년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서 연구와 정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문수복 카이스트 교수(전산학부)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 머스트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Amherst)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 미래여성인재양 성 분야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사진=WISET

 

물리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선회

문 교수는 “고등학교 이과생일 때는 막연하게 물리학을 전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무렵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다”라며 “그런데 입학 동기들 중에는 이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본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컴퓨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너무 속상해서 동네 컴퓨터학원에 등록해 베이직 언어를 배웠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석사를 마쳤는데도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박사 공부에 대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침 연구실 선배가 창업을 하는 바람에 그 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교 공부와는 괴리가 커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회사에선 그 당시 유행하던 X Window Systems를 PC에서 구동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GPU acceleration 기술이었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탄복하면서 나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회사도 재미있었지만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어 유학을 가게 되었다.”

연구소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의 차이


문 교수는 박사학위를 졸업하고 연구소로 갔다. 당시 새로운 인터넷 기술 연구소를 설립한 스프린트(Sprint) 통신사였다. 그곳에서 통신망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값진 경험을 했다. 학계에서는 특정 문제의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이론적인 한계와 해답을 구하려고 하지만 인력 재교육, 이미 투자된 인프라 활용 등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되는 기술은 제한적임을 알게 되었다. 

귀국 후 문 교수는 카이스트에 부임하면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망 성능 측정 데이터에서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오늘날 팬데믹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과 같은 병역학적인 분석 방식을 바이러스와 웜 같은 사이버 공격에 적용하여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시작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네트워크 시스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엔비디아(NVIDIA)라는 회사가 GPU 가속기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문 교수는 전산학부의 GPU 활용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GPU 가속기를 인터넷 패킷 처리에 적용해서 네트워킹 스택 40Gbps라는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통한다. ​​2003년 문 교수가 카이스트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국제학술대회 학술위원이나 논문 저자로 활동하는 국내 교수들이 많지 않았다. 인턴십을 가는 학생도 드물었다. 그래서 국제학술대회가 어떻게 조직·운영되는지, 유명한 외국 대학의 연구그룹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인턴십은 어떻게 가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논문 작성이나 발표법에 대해서도 섰다. 강의나 논문으로 나누지 못하는 전문 분야의 이야기들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 기쁠 따름이다.

공감하고 연대할 동료들을 만나다

​문 교수는 카이스트 공대 여성 1호 정교수라는 데서 오는 책임감과 자긍심이 있다. 문 교수는 “여성과학기술인법 제정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계기로 물리와 수리, IT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여성과기인들의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숙제가 많다. 하지만 문 교수는 공감하고 연대할 동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힘을 얻고, 또한 조금씩 움직이는 사회를 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연구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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