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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발견했건만, 그 대가는 너무 잔인했다
사랑은 발견했건만, 그 대가는 너무 잔인했다
  • 곽금주 서울대
  • 승인 200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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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는가: 사랑의 비밀 밝혀낸 최초의 과학자 해리 할로

▲『사랑의 발견』데버러 블룸 지음|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534쪽| 2005 ©
사랑이란 주제는 사실 초기 심리학자들의 관심이 전혀 아니었다. 이런 용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 했던 1930년, 40년대 해리 할로우 박사는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의문을 갖고 이에 관한 굉장한 심리학 실험을 시도하였다. 조지아 대학 교수가 된 그는 인간과 94%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사랑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다. 갓 태어난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격리시키고 나서 두 가지 다른 우리 안으로 옮겨 키우는데 이때 한 우리에는 철사로 된 가짜 어미와 다른 나머지 우리에는 부드러운 천으로 된 어미를 넣어준다. 진짜 어미로부터 격리될 때 심하게 울면서 좌절을 경험한 아기 원숭이는 며칠이 지나자 부드러운 천으로 된 가짜어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 천 어미에게 매달리고 얼굴을 부비고, 살짝 깨물기도 하며 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물론 배가 고프면 철사어미에게만 있는 우유병을 빨고는 금새 다시 돌아온다. 해리 할로우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하여 사랑이 배고픔과 같은 욕구 충족에서가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발견을 하게 된다.


아기에게, 아니 우리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1차적인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2차적 욕구라 할 수 있는 따뜻함, 편안함, 즉 스킨십이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해리 할로우 박사의 실험결과는 당시 미국에서 아이는 아이 방에서 따로 재워야 하고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주어야 한다는 엄격한 육아방식이 확산되어 있던 때에 육아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시사하였다. 특히 행동주의 심리학적 관점의 영향으로 우는 아이를 운다고 안아주게 되면 우는 행동이 더 강화를 받아서 점차 아이는 더 울게 되므로 그렇게 나약한 울보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안아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던 시절 할로우 박사는 이에 반하는 주장인 육아에 있어서 중요한 엄마의 스킨십을 강조한 것이다.


또 실험조건을 다양하게 하여, 아기 원숭이에게 얼어붙을 만큼의 찬물을 끼얹기도 하고 송곳 같은 것으로 찌르는 등의 고통을 주는 조건에서도 아기 원숭이들은 천으로 된 어미에게 기어 왔다. 심지어 천 어미에게 안겨서 찔리면서 죽어가기도 한 원숭이도 있었다. 할로우 박사는 미국심리학회에서 이와 같은 일련의 실험을 필름으로 찍은 영상과 함께 사랑이란 이렇게 위대하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우리가 너무 무지했다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발표로 대중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 이후에도 실험은 계속 되었다. 어미의 스킨십 없이 자란 원숭이가 그 다음해가 되자 난폭하게 되어 다른 대상을 향해 심한 공격행위를 하거나 심지어 자신을 물어뜯어 상처를 내기도 하였다. 이것의 원인을 생각하던 중, 천으로 된 어미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하루 30분씩 몸을 흔드는 가짜 어미를 놓아두고 같이 놀게 하였다. 그 결과 난폭했던 원숭이들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는데, 즉 사랑에는 스킨십, 움직임, 놀이가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하였다.


이와 같은 할로우 박사의 연구들은 충격적이었으며 심리학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으나 사실 할로우의 인생은 그다지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첫 부인은 자신의 지도교수의 제자로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고 결혼을 하면서 공부를 포기하면서까지 가사에 매달렸지만 결국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는 할로우 박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고 만다. 그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 중에 한 명은 죽게 되고, 다시 자신의 제자와 결혼하였으나 이 부인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연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동물에게 가하는 잔인한 행동으로 인한 괴로움이 그를 고통스럽게 한 건지 할로우 박사는 늘 술에 취해 있게 되었다. 그리고 둘째 부인마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진료소에서 전기충격요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마음이 병들어 있었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평생에 걸친 심리학 실험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파헤치려 했던 심리학자 할로우 박사는 그의 인생에서는 자신이 이야기하던 따뜻한 사랑을 못 가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할로우 박사의 인생, 결혼, 그리고 연구에 관한 열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그 당시 심리학적 분위기와 심리학자들에 대한 설명 등을 담고 있다. 해리 할로우 라는 심리학자를 통해 심리학과 그리고 우리 인간의 마음, 특히 사랑에 대한 심리를 실증적인 실험을 통해 이해 할 수 있게 하는 깊이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곽금주 / 서울대·심리학
필자는 연세대에서 ‘공격영화가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정보처리과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영아발달연구’, ‘아동 심리평가 및 검사’, ‘아동발달심리’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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