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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들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
잔나비들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
  • 윤종호
  • 승인 2022.12.1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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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믿으세요.

도전하세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러면 곧 의미 있고 값진 일이 넘쳐날 것입니다.

졸업 후 다양한 경험을 통해 키운 역량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난히 잔소리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2004년생 잔나비 띠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부터 코로나 시대를 겪었고, 유달리 올해에 약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아마도 ‘고3’이라는 무게가 잔나비들을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선생님, 코로나 증상이 있는데 하루 쉬어도 될까요?”, “몸이 좋지 않아서 조퇴해도 될까요?”, “보건실에 한 시간만 누워 있어도 될까요?”

아프면 당연히 쉬면서 몸을 추스르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많은 학생이 매일같이 찾아오니 선생님은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잔소리하던 선생님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이제 대학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니 선생님은 또 걱정이 앞섭니다. 학교 선생님들처럼 누군가 생활 흐름을 잡아주지 않아서 나태해지지 않을지,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고 학업에 흥미를 잃진 않을지, 목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가령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하고 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도 막상 대학생이 되면, 그 진로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물며 교과 전형이나 정시로 단지 점수에 맞춰서 지원해 합격한 학생들은 오죽할까요.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시기

진로가 고민인 모든 제자에게 지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도전을 해보는 것입니다.

눈앞의 기회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학과에서 하는 행사나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해외 프로그램 혹은 교환학생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학과와 상관없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봉사활동도 해보세요. 이러한 경험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될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자기 계발과 자신만의 역량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키운 역량이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동시에 구체적인 학업 계획을 세워보세요. 당장 눈앞에 시험이 아니라 졸업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봅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학점부터 올리자, 우선 영어 공부부터 하자.’라는 생각은 옛날 말인 거 같아요.

물론 꾸준히 학점을 관리하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현재 상황에 맞게 차근차근 준비해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성향인가예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한 후 진지하게 어떻게 학업을 이어 나갈지 계획을 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어찌 됐건 입시 결과가 아쉬웠거나 진로에 전혀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했다면, 원서를 다시 한번 써봐도 좋습니다.

선생님은 좋은 대학보다는 원하는 학과에 진학해 원하는 공부를 하길 바랍니다. 1년 늦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전과, 복수전공, 편입 제도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버킷리스트

학과 공부에 미쳐봅시다. 자신의 진로에 흥미를 갖고 몰두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대학원에서 그 공부를 이어 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부와 연구에 취미를 가진 친구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나 배워 봅시다.

살면서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땀을 흘리면서 얻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단체로 하는 스포츠라면 여러 사람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스포츠는 대학에서 강좌로 개설돼서 수강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신청해 보길 바랍니다. 배낭여행, 어학연수, 컴퓨터활용능력 기르기, 외국인 친구 사귀기, 독서, ……,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자

연애도 해 봐야 합니다. 좋은 짝을 만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만큼 꼭 자신도 사랑해야 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지 마세요. 원하지 않는 일에 끌려다니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즐거워하는지를 꼭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술은 많이 마시지 마세요. 그 시간에 자신을 가꾸세요.

술은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많이 마실 수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무한정 보내는 것 보다는 그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구나가 인정하는 게임 실력을 보유했다면, 게임 대회에 나가볼까요?

Actually, it's really hard for us to love ourselves. Personally, my final dream is to love myself for real before I die.
사실은 저희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은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저의 최종 꿈 같아요.
-BTS의 Love yourself 앨범 발매 인터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의 어시스트에서 이어진 황희찬 선수의 역전 골로 16강에 진출했던 것처럼, 여러분들의 인생은 정답이 없으며 준비가 돼 있다면 언제든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것입니다.

축구를 본 친구들은 그 감동을 알 것이에요. 선생님은 정확히 20년 전 여러분들 나이에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어 낸 태극 전사들을 보며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적이 있답니다.

여러분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도전하세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러면 곧 의미 있고 값진 일이 넘쳐날 것입니다.

 

윤종호 순심고 교사 

경북대에서 학사를, 한국교원대에서 수학교육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의치한약수 연구팀장을 맡고 있으며 다수대학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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