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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최승우
  • 승인 2022.12.08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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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세파 수녀 지음 |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80쪽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물,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지 않는 화백의 그림 속에 감춰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길어내는 요세파 수녀의 그림 여행

장요세파의 수녀의 김호석 화백의 그림에 대한 세 번째 그림 에세이다. 한 화가의 그림에 담긴 은유와 여백을 해독하고 정신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책을 세 권이나 내는 일 자체가 유례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 책의 저자가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인 수녀라는 사실에 이르면 놀랍기 그지없다. 화백의 그림 또한 정통적인 수묵화의 문법에서 비켜서 ‘익숙한 듯 낯선’ 어떤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가 지나쳐 버리기 쉬운 많은 것을 자신의 작품세계 안에 꼭꼭 담아내는데, 얼핏 보면 독특하면서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거리가 샘솟으며, 묘하게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밀려온다. 화백의 그림은 저자에게 잊고 싶어 꼭꼭 눌러둔 것들, 자신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의 기억들, 떠오르기야 하지만 감당이 안 되는 것들, 혹은 이미 자신 속에 있어도 자신조차 모르는 것들 등 참으로 많은 것으로 가득한 우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힘을 전해준다.

화백의 그림은 저자의 생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수도자로서 내면의 싸움에 갇혀 있기도 하는 저자는 그 그림을 통해 가끔 막혀 있던 내면의 깊은 속내를 표출해낸다. 따라서 저자의 그림 읽기는 하나의 깊은 묵상이요,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로 승화한다.

단순한 그림의 감상이 아니요, 그림과 물아일체되어 그것이 매개되어 자신과 세상의 근원을 탐색해 들어간다. 요세파 수녀의 그림을 통한 영적 여행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세상의 근원에 조금 더 다가가게 해주고,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열어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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