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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
  • 최승우
  • 승인 2022.12.0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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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32쪽

왜 대중은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가?
현대 정치는 이미지 정치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가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반지성주의 공방’이 여야에서 벌어졌다. 반지성주의는 주로 파시즘, 매카시즘, 근본주의, 극우주의 등과 관련해 논의되었는데, 최근에는 진보 진영의 반지성주의에 집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반지성주의를 주로 보수적인 것으로 간주해온 경향에 비추어볼 때 반지성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쓴 리처드 호프스태터에 따르면, 반지성주의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대니얼 리그니는 반지성주의의 3대 유형으로 이성보다 신앙을 우위에 두는 ‘종교적 반합리주의’, 기득권 세력과 지식인의 반평등 우월의식에 비판적인 ‘인민주의적 반엘리트주의’, 친자본주의적이면서 실용적 지식을 선호하는 ‘무분별한 도구주의’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지성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사람이 반지성주의를 비판하고, 진보와 보수는 각각 상대편을 반지성주의라고 비판하고, 페미니스트들과 그 비판자들도 각각 상대편을 반지성주의라고 비판하고, 감성주의를 반지성주의로 간주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강준만은 『반지성주의』에서 반지성주의를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적용하는 가치중립적 개념이자 특정 언행을 중심으로 적용하는 미시적 개념으로 쓸 것을 제안한다. 이는 반지성주의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일지라도 개인적으로 반지성주의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그런 언행을 상습적으로 많이 저지른다면 ‘반지성주의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언행과 그것을 저지른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언어 본질주의의 문제도 넘어서는 동시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의 취지처럼 그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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