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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바다
천 년의 바다
  • 최승우
  • 승인 2022.11.24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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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국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400쪽

중세 천 년의 세월 동안 세 문명의 접점이 된 지중해,
그곳에서 펼쳐진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소통의 역사를 살펴보다


이 책은 서유럽의 기독교 문명, 비잔티움제국의 정교 문명, 그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모두에 걸쳐 있던 이슬람 문명이 지중해를 매개로 7세기부터 16세기까지 펼쳤던 교류와 접촉의 역사를 기술한다. 한때 지중해를 제패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뒤를 이어 등장한 이 세 개의 문명은 지중해에서 상업, 기술, 학문, 문화, 예술 분야에 걸쳐 서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소통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상호 교류가 항상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어서 종종 경쟁과 갈등을 유발했고 국지적인 전투나 큰 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수많은 교류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세 지중해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자연환경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7세기에 이슬람이 지중해로 진출한 후 기독교 및 정교 문명과 벌인 패권 쟁탈의 역사에 대해 개괄한다. 이와 더불어 그 당시 지중해에서 어떠한 교역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전반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다양한 상품들의 교환과 문화의 전파에 큰 역할을 한 상인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그리고 각 문명의 교류 과정에서 지식과 학문이 어떻게 수용되거나 또는 거부되었는지, 문화와 예술이 종교의 경계선을 넘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 문명의 각축전 속에서 흥미로운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담고 있다. 가령 이슬람 문명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적 유산을 상속하며 성숙한 문명을 만들어나간 반면, 중세 초기 유럽 기독교 문명은 그것을 이교도의 소산으로 여겨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것이나, 이자 대부업자를 단죄하며 상업 활동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던 기독교도들이 아시아 향신료 교역을 둘러싼 치열한 무역 경쟁에 나섰던 것도 관심 있게 볼 만한 내용이다. 또한 200년 동안 계속되었던 불관용의 십자군 전쟁이 오히려 문명 간 교류를 활성화시킨 이야기, 구원을 얻으려고 지중해 건너편으로 고난의 행군을 떠났던 순례자들의 소통의 이야기,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치열한 해전과 육상 전투 이야기 등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여전히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 문명 간의 충돌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와 공존 그리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명의 갈등과 충돌의 역사적 기원과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현재의 우리의 삶에 적절히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세 문명의 교류와 갈등의 초기 역사를 다룬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현재를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지혜를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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