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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마크로젠 대표이사(서울대 교수)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이사(서울대 교수)
  • 교수신문
  • 승인 2001.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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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에 도전하는 탐구자…”생명과학은 시한부 환자들의 희망”
신문로 초대석의 네 번째 손님은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다. 서울대 의학과 교수와 생명과학 벤처기업 대표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요즈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인 유전자 지도 초안을 발표하면서 그는 생명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생명과학의 질주를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는 시민단체와 생명윤리학계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경계와 관찰대상이다. 그는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인간배아 복제를 금지를 골자로 한 생명윤리기본법을 내놓자 관련학계 교수들과 ‘생명윤리기본법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맡아 생명과학계 대표역할까지 맡았다.

지난 16일 마크로젠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는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대해 특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법안대로라면 한국의 생명과학연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교수와 벤처기업 대표를 겸하고 있는데,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까.

“연구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두 일이 독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연구의 종류와 규모가 조금 다를 뿐이죠. 학자로서 개인적인 연구에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유전자 3만5천 개의 기능을 알아내 생명의 신비를 푸는 것은 제 연구의 기초입니다. 이를 누가 해주길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크로젠을 창업한 것입니다. 벤처기업 경영을 상업적 이익만 쫓는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자의 본분인 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활동입니다.”

△마크로젠이 완성한 ‘유전자 지도 초안’은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포스트 게놈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선진국은 게놈시대의 금광을 찾기 위해 연구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도 게놈 국가의 반열에 오르면서 선진기술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능성을 열고, 한국인 유전자에 대한 DB를 확보해 신약개발과 미래의학의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막상 결과를 얻고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복잡한 존재라고 하지만 실험장비를 10배, 20배로 늘린다면 생명의 신비를 푸는 날도 머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휴먼게놈지도가 발표된 상황에서 한국인 유전자 지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게놈지도를 만드는 이유는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해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질병은 민족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인종별, 개인별 차이를 규명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의 유전정보를 담은 BAC 클론을 확보한 것은 의미 있는 결실입니다. 유전자 3만5천개 중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암, 당뇨병, 고혈압 등 7대 질환과 관련된 1천5백개를 선정한 것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세부적인 기능연구가 진전된다면 황색인종의 유전적 변이의 특징과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것만 규명하더라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병은 유전적인 변이와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발생합니다. 유전적인 변이를 알고 있다면, 사전에 환경적 요인을 제거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0만개 백클론 확보 최대 결실

△한국인 유전자 염기서열 지도의 완성은 언제쯤 가능합니까.

“처음부터 전체 염기서열 지도를 만들지 않은 것은 연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인종간의 유전적 변이 차이를 알기 위해 모든 유전자 기능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32억 염기서열 중에 24억 개는 차이가 있어도 관심을 둘 필요가 없는 부분입니다. 24억 개를 제거한 8억 개의 염기서열 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 클론 지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7가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1천5백개를 선정했습니다. 마크로젠의 현재 역량으로 보면 내년 2월이면 전체지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의 미래상을 맞춤의학, 예방의학 도래로 설명하고 계십니다. 맞춤의학은 가능한 것입니까.

“궁극적으로 한사람 한사람의 유전정보에 맞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맞춤의학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쉽게 수긍이 가지 않죠. 그것보다는 단계별로 그렇게 진행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생명정보의 양적 혁명이 지속되면 처음에는 인종간의 유전적 변이의 차이를 알 수 있게 되고, 그 다음 민족적 특성을 알게 되고, 또 그 다음 한 가계의 특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종국에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까지도 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생명과학의 질주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비판론자들은 과학이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이 과도한 상업주의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치는 않습니까.

“난치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수수방관하는 것이 의학자의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과학자의 의무입니다. 생명과학이 그 열쇠를 쥐고 있는데 이를 가로막아선 안됩니다. 과도하게 상업주의로 번져가는 것은 문제입니다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기 때문입니다. 상업적이란 것을 항상 나쁜 이미지로 이해합니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혜택을 주는 것이 바로 상업화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이 절대 의미없는 일은 아닙니다.”

생명윤리기본법 졸속 법안

△선생님께서는 최근 발표된 생명윤리기본법시안에 대해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오셨습니다.

“법은 사회적 룰이 깨져 부작용이 심각해 질 때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간복제와 이종간 교잡 등을 금지하는 수준이면 됩니다. 나머지 부분들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열어둬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윤리만 강조해 생명과학 연구를 완전히 봉쇄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 이 법을 만들기 전에 과학기술부가 법의 목적이 ‘조정’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문위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시안에는 그 어디에도 조정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법안은 숙제에 쫓겨 졸속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문제는 혹시나 모르는 위험의 가능성입니다. 생명과학기술은 이미 신의 영역을 침범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까.

“원자탄 같은 것을 생각을 하는 거겠죠.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니 온갖 안전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의 글 중에 이런 부분이 생각납니다. 동물이 방어위주로 엄청난 크기로 진화한 때가 있었습니다. 공룡의 예가 대표적이죠. 그렇게 진화를 하다보니 움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몸집을 한번 움직이면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꼼짝않고 가만있을 때 쥐 같은 동물이 눈을 파먹고 귀를 뜯어먹어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동성’에 있었습니다. 이동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도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도전을 여기서 멈춰야겠습니까. 인간에게는 과학이 주는 도전과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그 변화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마지막으로 단련시키는 계기입니다. 물론 위험하죠. 그것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을 열어 놓고 거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의 생명관이 궁금해 집니다.

“저는 일단 사람의 몸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생명의 신비는 풀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아마 굉장히 당황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이 별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생명은 분명 물질과 영혼의 공명현상입니다. 물질적인 몸을 완전히 이해하고 질병을 완전히 해결한다 하더라도 영혼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남습니다. 물질과 관련된 생명의 몸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난 후에야 인간은 영성의 시대로 갈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윤리가 너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 옳지 않다고 봅니다.”

△마크로젠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마이크로젠이 지향하는 바는 한국의 생명정보서비스 회사입니다. 개인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험의학은 컴퓨터의 양적 혁명으로 인해 정보의학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정보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입니다. 미래의 영원한 컨텐츠는 생명정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마크로젠의 최종 목표는 한국인의 생명정보를 밝히고 나아가 동양인종의 생명정보 컨텐츠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연구범위를 차츰 넓히면서 DNA 실크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인 게놈지도 초안’의 의미


유전자 기능연구 ‘가이드북'


마크로젠이 완성한 ‘한국인 게놈지도 초안’은 유전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 북에 해당한다. ‘한국인 BAC 클론 맵‘이라 명명된 이 유전자 지도는 DNA를 약 10만개로 조각 낸 후, 모든 조각 끝 부분의 5백개 염기서열을 확인하고, 생명정보학 기술로 이미 공개된 HGP사의 게놈지도와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마크로젠은 이번 유전자 지도 초안 완성으로 평균 10만개의 염기로 구성된 BAC 클론을 대부분 확보하게 됐고, 질병 관련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목표 질병유전자를 정확하게 선정해 개별 유전자 기능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년6개월이 걸린 이 작업에는 전자동 염기서열 분석기 10대가 동원돼 하루평균 4백여만개의 염기를 분석했다. 소요된 비용만도 1백50억원에 달하며 총 21명의 전담인력이 투입됐다.

아울러 마크로젠은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당뇨병, 고혈압, 암, 골다공증, 천식, 면역결핍, 관절염 등 7가지 질병 유전자 1천5백개를 선정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앞으로 이들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지면 질병을 사전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확보된 10만개의 백 클론을 마크로젠은 기초연구자와 임상 의학자의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BAC 클론을 이용한 다양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구성·공급해 계획이다.

마크로젠은 앞으로 한국인 7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연구에 초점을 맞춰 한국인 유전자 기능을 찾고 개인단일염기변이, 인종적인 차이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연구로 얻어진 성과를 활용해, 바이오인포매틱스 사업, DNA 칩 개발 사업, 유전자 이식 및 적중 생쥐의 생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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