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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0]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며 주변 식물을 초토화하는, 칡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0]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며 주변 식물을 초토화하는, 칡
  • 권오길
  • 승인 2022.11.2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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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칡은 일본과 한국 칡과는 달리 뿌리가 굵고 퍼지는 범위가 넓으며 냄새도 독한 향신료 향이 난다고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우갈좌등(右葛左藤)’이란 말이 있다. 칡처럼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싸며 자라는 식물들은 줄기를 감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즉, 칡(葛)넝쿨은 오른쪽으로, 등나무(藤) 줄기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는 뜻이다. 한 자리에 심어놓은 칡과 등나무와의 관계처럼 서로 얽혀 곤란한 상태를 일컬어 ‘갈등(葛藤)’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갈등(conflict)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칡은 대표적인 콩과의 덩굴성 식물로, 줄기는 이웃 나무나 바위들에 기대어 감고 뻗어간다. 

칡(Pueraria montana)은 낙엽이 지는 덩굴성 활엽 목본으로 다년생 식물이다. 칡(arrowroot)은 100~1천200m 고도의 양지바르고 토질이 좋은 산기슭이나 언덕에 주로 서식하는데, 겨울에도 굵은 원줄기는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또한 줄기는 매년 부피 자람(비대생장, 肥大 生長)이 일어나 굵은 줄기를 이루므로 풀(草本)이 아닌 나무(木本)로 분류한다. 줄기는 20m 이상 뻗고, 추위에도 강하며,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밑동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 나오며, 새로 생긴 줄기에 갈색 또는 흰색의 털이 달려있고, 자라면서 곧 없어진다. 

칡잎은 3출복엽(三出複葉, ternate compound leaf)으로 3장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겹잎)으로 어긋나게 붙으며, 긴 잎자루(엽병, 葉柄)를 가지고 있다. 작은 잎(소엽, 小葉, leaflet)은 길이와 폭이 모두 15cm이고, 특히 꼭대기에 있는 작은 잎이 더 크다. 소엽은 끝이 뾰족한 둥근 마름모꼴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3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잎 뒷면은 흰색을 띠고, 턱잎(탁엽, 托葉, 잎자루의 밑동에 나는 한 쌍의 작은 잎)은 길이 1.5∼2.0cm로 바소(피침, 鈹鍼, 곪은 데를 째는 데 쓰는 침) 꼴이다. 

꽃은 8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길이 10∼25cm의 총상꽃차례(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끝까지 핌)를 이루며 많은 수가 달린다. 다시 말해 같은 길이로 어긋나게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1.8~2.5㎝ 정도의 꽃이 열린다. 양성화(兩性花, 한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춘 꽃)로 꽃잎은 5장이며, 바깥에는 노란 무늬가 있는 큰 꽃잎 1장, 중간에 작은 날개 모양의 꽃잎 2장, 안쪽에 새 부리처럼 모여 암술과 수술을 감싸는 꽃잎 2장이 나비 모양을 이룬다. 꽃받침잎은 다섯 갈래로 뾰족하게 갈라지며 흰 보라색이다. 열매는 협과(莢果, 꼬투리로 맺히는 열매)이고, 길이 4∼9cm의 넓은 줄 모양이며, 굵은 털이 있고, 9∼10월에 익는다. 

칡 꽃. 사진=위키미디어

칡뿌리는 예전부터 구황작물로 이용되었고,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발한·해열 등에 효과가 있고, 감기에는 갈근탕 처방을 한다. 그리고 뿌리의 녹말을 갈분(葛粉)이라 하며, 녹두 가루와 섞어서 갈분국수를 만들어 식용하였고, 자루에 넣고 치대어 전분을 낸 뒤 죽이나 묵을 쑤어 먹었다. 또 줄기의 껍질은 갈포(葛布, 칡 섬유로 짠 베)의 원료로 쓰였고, 최근에는 뿌리에서 생즙을 내어 먹으며, 뿌리를 삶은 물은 칡차로 이용한다.  

칡의 새순(갈용, 葛茸)은 봄에, 꽃(갈화, 葛花)은 여름에, 씨앗(갈곡, 葛穀)은 가을에, 뿌리(갈근, 葛根)는 겨울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칡은 피로를 푸는데 효율적이고, 술독 푸는데, 간 질환, 고혈압에 말린 것 1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그리고 간혹 오래된 더덕처럼 뿌리(속)에 물이 꿀렁꿀렁 차는 수가 있는데 그대로 약으로 쓴다. 무엇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배고파서, 당분을 공급하느라 힘들게 캔 뿌리를 적당히 흙을 털어내고, 낫으로 척척 엇베어서 꾹꾹 씹어 단물을 빼먹었다.

칡은 미국 남동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칡은 19세기 말에 관상용으로 일본에서 수입되었고, 이후에도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심었다는데, 생육이 워낙 왕성하여 순식간에 미국의 숲이 그야말로 칡덩굴로 뒤덮여 버렸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외래종이 밉상을 부리며 골칫거리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원산지인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임야를 덮어버리는 골치를 앓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여태 같이 살아온 재래종 칡도 못잖게 말썽꾸러기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칡뿌리를 캐 먹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라는 일본 칡은 한국의 칡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의 칡은 뿌리가 굵고, 퍼지는 범위가 넓으며, 껍질도 한국산보다 훨씬 질겨서 껍질 벗겨내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날로 먹으면 단맛이 나는 한국의 칡과는 달리 미국 칡은 독한 향신료 맛이 난다고 한다.  

칡이란 놈은 생명력이 워낙에 강하고, 주위의 양분을 모조리 빨아먹는 탓에 칡덩굴이 우거진 곳은 금방 황폐하게 되기에 국내에서도 유해(有害)식물로 지정되었다. 또 뿌리가 굵고, 깊이 파고들며, 땅 위로는 잎줄기가 뒤엉키면서 금방 주변을 초토화한다. 그렇다. 칡소는 온몸에 칡덩굴 같은 어룽어룽 무늬가 있고, 또 칡범은 몸에 칡덩굴 같은 아롱아롱한 반점이 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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