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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소비하는 여성…정교해지는 권력 관계
디지털로 소비하는 여성…정교해지는 권력 관계
  • 이동후
  • 승인 2022.11.1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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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이동후 외 17명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558쪽

소비자 경험을 확장·구속하는 디지털 미디어
정보를 생산·소비하며 지원하지만 착취도 해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소비 그리고 젠더가 서로 연결되어 형성해가는 사회문화적 동학을 탐색한다.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된 이번 책은 미디어와 젠더의 관계에 집중해온 연구총서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벌어지는 소비의 정경을 주목해보고자 했다. 

 

역사적으로 소비는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 및 젠더 불평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였고, 소비 담론은 여성을 주로 소비자로 전형화하며 여성다움에 관한 이상적 이미지를 제시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산업적 여건이 바뀌고 여성의 생산 활동 및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면서, 젠더화된 소비 관행 및 담론에 변화가 있게 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는 소비 활동을 도와주는 ‘매개체’이자 소비의 ‘대상’으로서, 여성의 영역이라고 주변화되었던 소비의 실천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 소비, 젠더를 ‘-’(붙임표)로 연결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전면에 드러내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다양한 연구 배경, 이론적 시각, 문제의식, 방법론을 기반으로 연구해온 연구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디지털미디어, 소비, 젠더라는 세 주제는 그 자체가 우리의 일상적 삶의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지만,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소비-젠더라는 관계의 동학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복합적이고 양가적인 측면을 탐구해 본다. 첫째, 디지털 미디어와 소비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미디어로 매개된 다양한 소비 활동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힘들을 추적해본다. 여기서 디지털 네트워크와 플랫폼은 한편으론 기존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가져오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적 권력 관계가 더욱 정교하게 작동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는 양가성을 갖는다. 

둘째, 디지털 환경에서 젠더-소비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소비자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구속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잠재력과 한계를 살펴본다. 디지털 미디어는 다양한 소비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소비에 관한 정보를 만드는 생비(생산+소비)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행위성을 지원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들을 조작과 착취의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소비 실천과 그것의 정동 정치가 갖는 문화적 함의를 알아본다. 여성들이 마주하는 삶의 현실과 맥락에서 전개되는 소비 활동과 이것에 나타난 정동과 연대를 살펴보면서, 디지털 미디어로 매개된 여성 소비자의 행위성이 다양한 결과 함의를 가질 수 있음을 논의해 본다. 이러한 논의는 젠더화된 소비나 여성성의 본질주의적 개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들의 일상적 디지털 소비 실천이 갖는 정치성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는 디지털 미디어-소비-젠더의 동학을 분석한다. 사진=픽사베이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1부(1~4장)에서는 ‘미디어와 소비’, 2부(5~9장)에서는 ‘소비와 젠더’, 3부(10~13장)에서는 ‘정동, 돌봄, 공동체’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1부는 디지털 커머스, 온라인 콘서트,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소비시장과 문화의 특성을 살펴보고, 2부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 게임, 웹소설,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미디어 소비 양상에 나타난 여성 주체성과 젠더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3부에서는 지난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부, 반려동물 반려인 및 길고양이 돌보미, 취미 발레 온라인 공동체, 지역 기반 온라인 ‘엄마’ 공동체 등의 여성들이 자신의 사회문화적, 지리적 맥락에서 수행하는 실천과 공동체적 경험을 고찰한다. 저술에 참여한 필자들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소비-젠더 동학을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면서 이러한 동학의 다면적 양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각의 장이 분산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들 장을 관통하는 디지털미디어-소비-젠더의 역학관계와 작동 방식에 관해 더욱 입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진화하며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해나가는 가운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필진을 대표하여 이 책이 이러한 인식과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동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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