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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인의 집단지성으로 진단한 2023년, 어떤 ‘인사이트’ 담았나?
36인의 집단지성으로 진단한 2023년, 어떤 ‘인사이트’ 담았나?
  • 최익현
  • 승인 2022.11.16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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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나다_ 『2023 대한민국 대전망』 집필위원장 이영한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세계는 위기를 넘어서 전쟁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패권 전쟁, 국수주의 강화로 인한 국가간의 분쟁, 
그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촌 탄소감축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게는 바이러스와 전쟁, 국가간이나 진영간 전쟁, 그리고 지구촌 전쟁으로 
전쟁이 다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중 전쟁’, ‘다층 위기’ 개념이 나왔습니다. 
집필진들은 이 다중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서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2023 대한민국 대전망』(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은 36인의 공동 저작이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양명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 등 선 굵은 학자들이 집필자로 함께 참여했다. 이영한 서울과기대 명예교수(아래 사진)는 집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에게 ‘단일 집필’이 아닌 ‘공동집필’은 익숙한 작업이다. 2015년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 전략』, 2020년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에 이은 세 번째 공동 결실이다. 어떤 주제에 꽂히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샅샅이 뒤져 공동작업을 제안한다. 구면이든 초면이든 가리지 않는다. 주제와의 적합성, 그리고 검증된 전문성을 척도로 필자들을 찾는 걸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의 특징을 36인의 집단지성, 다중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의 모색에서 찾는다. 그가 내세운 전망의 척도는 ‘지속가능발전’이다. 기존의 전망서나 예측서와 달리, 주류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 문학, 환경까지도 반영해 전망을 제시하려 했다. 

그렇다면 왜 36인의 필진을 꾸렸을까. 책의 서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경복궁 경회루의 경회(慶會)는 경사스런 만남의 장소를 의미한다. 경회루는 전면 7칸 측면 5칸으로 총 35칸의 건물이다. 「경회루삼십육궁지도(慶會樓三十六宮之圖)」에는 경회루가 36칸으로 지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35칸에 전체 칸수 1칸을 더하여 36칸이라 했다. 36은 주역의 64괘가 된다. 비록 현재는 경사스런 상황이 아니지만, ‘경회’를 소망하면서, 36인이 미증유의 다중 위기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현 상황을 진단하고, 2023년을 전망하면서 이 시대의 새로운 좌표를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리고 36인의 집단지성으로 한 칸 한 칸 36칸을 글로 채웠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금은 소망스러운 상황이 아니지만, 2023년 혹은 그 이후 좀더 소망스러운 사회를 기대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36인의 필진이 모두 그런 소망을 안고 공동집필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경제·환경 영역이 균형 있게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집필에 참여한 필진들은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활력, 환경적 건강성을 중요시해서 2023년을 전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는 향후 2~3년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회를 가지게 되리라 전망합니다.”

『2023 대한민국 대전망』 출간에 맞춰 10월 21일, 퇴임 후 서울 강남 삼성동에 조그맣게 꾸린 그의 오피스에서 책 출간의 의미를 들었다.

이영한 교수는 서울과기대 명예교수(건축학)로 있으며, 전 EBS 교육방송 이사,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서울과기대 기획처장 등을 역임했으며, 강단 생활 중에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일본학과를 졸업한 ‘평생교육’ 실천가이이기도 하다. 『공공주택디자인』,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전략』 등의 공저를 냈다. 사진=최익현

△ 36인의 집단지성으로 2023년 대한민국 전망서를 기획했는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요. 
“팬데믹에서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인 2020년 10월에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을 출간했어요. 그 당시 코로나는 연말이 되면 끝날 것으로 보고 ‘포스트코로나’를 주제로 각 분야 지식인 스물일곱 분을 모시고 성찰과 전망을 했어요. 그러나 2021년, 2022년 예상보다 2년이 더 경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세계는 큰 격동의 기간이었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다중 전쟁이 한층 고조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 5월에 몇 분을 모시고 세상 걱정을 하면서, 한국의 내일을 ‘전망’해 보기로 한 거죠. 각계 지식인들을 모시고 이 어려운 시기에 대한 현실 진단과 내년 전망 그리고 혜안을 모아서 출간하기로 하고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 2023년의 대한민국을 전망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시중에 기존에 출간된 전망서는 주로 산업, 부동산, 소비 트렌드 등 경제 분야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가 중요하지만, 경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우리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환경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초양극화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와 OPEC+ 국가들의 감산으로 인해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사회, 환경의 세 가지 지지대(the triple pillars)를 틀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가지고 기획하고 에디팅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 경제, 환경 영역이 균형 있게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활력, 환경적 건강성을 중요시해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크게 주제별로 5부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총론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의 갈림길’을 대 주제로 현재 지속가능성의 상황을 진단하고 환경, 사회, 경제, 문명, 코로나 팬데믹을 중 주제로 총괄적으로 전망했어요.

세계적인 다중 전쟁으로 인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은 다중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으며, 새로운 좌표를 찾기 위해서 키워드로는 녹색 도시, 제2의 근대, 초인플레이션, 인류애, 팬데믹세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뉴노멀 물결’, ‘도시 미래의 주택 버블과 친환경’,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피어난 혁신인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패권전쟁의 접경지대에 선 대한민국’으로 크게 구성하고 각각 7개 내외의 소주제로 구성했습니다. 각 분야 대표적인 지식인 서른여섯 분이 참여했습니다.”  

△ 집필에 참여한 분들이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그렇지만 전망과 예측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텐데요. 어떤 어려움이 가장 컸나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집필자 36명 가운데 교수님들이 스물다섯 분입니다. 학자의 학술적 연구 대상은 과거입니다. 연구는 결국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겠지만요, 과거의 사실이나 데이터들에서 공통적 혹은 차별적 특성을 찾아내곤 합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미래 전망이나 정책에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2023년 전망서 원고를 요청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위급한 현실을 바라볼 때, 학자들이 사회로 들어가야 하고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드렸습니다. 가이드로서 2022년에 중요한 사건과 그 사건이 2023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2023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부분 좋은 글을 주셨고요, 1~3차례 피드백을 했습니다. 집필 기간은 7월, 8월 두 달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공동집필자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갔느냐? 궁금해 하실 수가 있는데요, 카톡이나 전화를 중심으로 소통했는데요, 무리가 없이 진행됐습니다.” 

△ 이 책이 다른 전망서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존의 전망서들도 대개는 각기 특성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기획 단계에서 저희가 가장 많이 고심한 부분이 바로 기존 전망서와는 다른 차별성이나 정체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러한 차별성이 이 책의 생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2023년을 어떤 안경으로 누가 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존 전망서와의 차별성을 크게는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기존 전망서들이 대개는 경제 분야인 것과는 달리 사회, 경제, 환경 부문을 포괄하여 전 분야에 걸쳐 36개의 안경으로 보았습니다. 총론적인 전망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거의 전 분야를 총괄해서 집필한 최초의 전망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전망’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예로서, 심리, 문학, 공기질 등 삶의 질도 포함했습니다.  

둘째는 다른 전망서들은 보통은 이코노미스트, 컨설턴트, 저널리스트들이 집필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집필진은 교수 등 학자 중심입니다. 글의 내용이 논리적이면서도 깊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업적, 비즈니스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더 신중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셋째는 단순한 전망을 넘어서 해법, 인사이트를 담고 있습니다. 예로,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시중의 전망서들은 가격의 상승, 하락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지를 외국의 사례를 곁들여 제시했습니다.”

△ 책의 부제가 흥미롭습니다. ‘다중 위기의 시대,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거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주변의 핵 위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습격,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다양한 위기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공동저자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도출하려고 한 것은 결국 무엇일까요?
“올해 들어, 복합위기란 용어가 많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복합위기는 공급망, 인플레이션, 환률, 금리,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이 복합적으로 엮어져서 발생한 위기를 말합니다. 이 복합위기로 현 상황을 개념화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는 위기를 넘어서 전쟁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패권 전쟁, 국수주의 강화로 인한 국가간의 분쟁, 그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촌 탄소감축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게는 바이러스와 전쟁, 국가간이나 진영간 전쟁, 그리고 지구촌 전쟁으로 전쟁이 다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중 전쟁’, ‘다층 위기’ 개념이 나왔습니다. 이들 용어는 네이버 검색을 하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집필진들은 이 다중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서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다중 위기의 시대,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라는 부제는 집필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온 것이지요.

전쟁은 각국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세계는 신질서가 구축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기존 강국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신흥국인 인도, 대만, 한국 등은 어떨지? 그 속에서 한국은 승자일까요? 패자일까요?

한국은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강한 나라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를 성취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도 잘 관리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은 승자가 될 것으로 봅니다. 단기적으로 2~3년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위기가 위대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처음 시도한 전망서 작업에서 여러 교훈을 얻으셨으리라 봅니다. 전망서 작업을 계속하실 계획인지요?   
“2015년에 18명이 참여해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 전략』을 출간했고, 2020년에는 27명이 참여해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을 집필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로 36명이 참여했습니다. 집필자분들께서 한분 한분 열성을 다해 주셨고,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힘이 앞으로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전망서가 명실공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알찬 내용의 책이 출간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 건축학자로 살아오셨습니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하셨는데, 이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공립 초중등학교, 국립대 학생, 국립대 교수로서 살아왔습니다. 공적인 영역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이젠 민간인이 됐습니다. 백세 시대라고 하니, 인생은 3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전반기 30년은 배우고, 중반기 30년은 일하고 가족을 일구고, 후반기 30년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마무리하는 것이 인생 여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에게 의미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해오던 지속가능성 관련 일들을 계속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론 건축을 전공했으니 건축도 하겠지요. 활동 범위나 전문 영역에 한계를 가지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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