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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절실…규모·안정성·지원방식은 개선돼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절실…규모·안정성·지원방식은 개선돼야
  • 강일구
  • 승인 2022.11.1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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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개재정전략 토론회

 

이날 패널들은 “대학은 운영에 필요한 경상비가 필요한데, 정부는 사업비 중심의 지원을 계속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강일구

지난 4일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가재정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윤석열 정부는 대학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세 가지 유형은 △고급인재 양성과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대학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경영상 위기에 처한 대학이다. 장 차관과 함께 토론회에 참여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대학의 변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위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의 변화에 마중물이 될 특별회계는 그 도입부터 만만치 않은 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있던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는 안에 대해 “형이 동생 돈을 빼앗는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의 규모나 제도의 설계 측면에 대해서도 “3조6천억 원 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업비 중심의 지원이어서는 안 된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책토론회에서도 고등교육 재정확충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가 공유됐다. <교수신문>은 이날 토론에 참여한 대학총장과 교육재정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정부 사업 많으나, 경상비로 거의 쓸 수 없어

 

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국회를 비롯해 사립대학의 재정이 없다고 하면 “적립금을 활용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립대 적립금은 10조 원 정도다. 일반대가 8조 원, 전문대가 2조 원이다. 한국대학의 적립금은 미국과 비교해 적립금이라 할 수 없다. 하버드대는 2021년에 63조 원 기부받았다. 예일대는 50조 원, 브라운대는 8조 원을 기부 받았다. 우리나라 대학 적립금은 미국 대학의 기부금에 절대적으로 미치지 못한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의 적립금의 종류는 토지매각 대금, 건물 감가상각 명목 적립금, 기부금과 이자 등이다. 아파트에도 장기수선충당금이 있듯 건물감가상각 명목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적립금이 있다고 해서 부족한 등록금을 여기에서 활용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 적립금은 규모도 크지 않으며 교육환경과 연구 장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사립대 비율이 80%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은 이미 50년 전 의원입법으로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을 만들었다. 일반 사립대의 경상적 경비 대비 경상비 보조금 규모를 보면 연 10% 내외다.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 사업이 있으나, 그 사업에서 경상비로 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항목별로 쓰게 돼 있다. 반면, 일본 사립대는 경상비 보조금을 △전임교직원 급여 △비상근교원의 급여 △교직원 복리후생비 △교육연구경비 △후생보도비(비품, 소모품 등의 운영비) △연구경비 등에 쓸 수 있다. 

이제는 국가경쟁력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진출의 마지막 교육기관인 대학이 제대로 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아무리 좋게 길러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도 인재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은 해외로 나갈 것이다. 초중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향도 생길 것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한 몸이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 부족해 매년 건물 보수,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김동원 전북대 총장(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

지역거점대학이라 해봤자 대학생 평균 1인당 교육비가 1천800만 원이다. 서울대는 약 4천800만 원, 주요 사립대는 2천~3천만 원이다. 이런 정도의 교육환경으로 지역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총장 선거 때 학생들에게 많은 표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화장실을 화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줬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학 화장실에 중고등학교 때는 없던 화변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어 4년간 화장실은 뜯어 고치지 못하고 변기만 바꿨다.

지난해 지역거점국립대와 국공립대의 40년 이상 낡은 건물 조사를 했다. 전북대에만 30개가 있었다. 한 건물을 지을 때 약 200억 원이 든다고 하면 30개면 6천억 원이다. 10개 대학이라면 6조 원이다. 6년에 걸쳐 정비한다고 치면 1년에 1조가원이 필요하다. 재작년 홍수가 났을 때는 보수비가 100억 원 나왔다. 보수할 재원이 부족해 임시로 때우니 매년 재보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 중이지 않은가. 사고가 벌어지면 이 상황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 싶다.

지난 대선 때 국립대 총장들은 3가지를 요청했다. ‘국립대학법’ 제정과 국‧공립대 무상 등록금제, 지역에 연구중심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계산해보니 국립대의 예산을 서울대와 인천대의 평균 수준으로 하는데 약 3조6천억 원이 나왔다. 대학 무상교육은 8천억 원에서 1조 원이 나온다. 10개 국립대를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선 1년에 최소 1천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국립대학법’에 따른 예산 3조6천억 원, 무상교육 1조 원, 연구중심대학 관련 1조 원을 합치면 5조6천억 원이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서 나오는 재원으로 감당이 되는가?

고등교육 위기를 해결하려면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GDP의 1%를 고등교육에 투자한다. 2021년 기준 우리 GDP는 2천조 원이었고, 최소 20조 원 가량이 고등교육에 투자돼야 한다. 그러나 내년 고등교육 예산이 대략 12조 원이고, 3조6천억 원을 합쳐도 15조6천억 원밖에 안 된다. 앞으로 고등교육 예산이 GDP의 1%인 20조 원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초중등 진로탐색·고교학점제, 대학과 연계되도록 지원해야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이태규 의원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발의했을 때, 사회 일각에서는 “형님이 동생 돈 뺏는다”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답답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으로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어떻게 원활하게 연계될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와 관련해 충북보건과학대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중학생들도 5년만 지나면 대학으로 온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진로탐색이다. 중학교 학생들이 충북보건과학대로 와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을 배운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런 활동을 교육청에서는 크게 지원하지 않는다. 제가 교비로 편성해 학생들의 미래에 투자한다. 고등학생에게는 고교학점제가 있다. 특성화고는 2022년부터 시작했고 2025년부터는 전체 고등학교에서 전면시행된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교 밖 교육과정이다. 

중학교의 진로탐색과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학교 밖 교육과정을 “누가 가르칠 것인가?”이다. 그런데 전문대와 연계하면 충분히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과 전문대 과정을 연계하면 3년짜리 교육과정도 만들 수 있다.
중등교육을 고등교육과 연계하면 지역 전략사업에 인력 공급도 원활할 수 있다. 가령, 반도체 산업은 고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인력은 과거 1970~1980년대 인력이 아니다. 전기, 전자, 기계를 배운 인력이 필요한데, 전문대학과 연계해 충분히 해당 분야에 학습이 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 직업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는 ‘형님이 동생 돈을 뺏는 게’ 아니다, 충북보건과학대는 지금까지는 중등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을 위해 대학이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다. 그러나 더는 여력이 없다. 고등교육에서 예산을 내 중등교육과 연계하던 것을 이제는 그 재원의 주체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돈을 두고 싸우는 형제가 아닌, 의좋은 형제의 모습이다.

 

대학 지원, 지역‧상향식‧다년도 묶음으로 해야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
하연섭 연세대 교수(행정학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되면 우리 고등교육이 직면한 두 문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지방대 발전을 통한 지역 발전이다. 지방에 있는 초중등이 직면한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없는 것이다. 돈을 어떻게 써서 지방으로 사람이 모여들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에서 투자가 끝나는 게 아니라 지방대와 지자체 지역교육 산업체, 초중등, 대학까지 협업하는 체계인 ‘지역인재투자협약제도’와 같은 것에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협약이 기존 지원과 다른 점은 지역을 중심으로 해 상향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방식도 포괄적으로 다년도 묶음식이 돼야 한다. 지역 대학 기획처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협약을 했는데, 이후 예산이 깎이면 어떻게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느냐”란 의견이 나온다. 지자체와 지방대가 협업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특별회계가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대학 자율성과 유연성 확대에 대한 투자다. 혁신된 대학의 모습에는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산업의 요구를 받아 대학이 개방적으로 연구‧교육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학이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수준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대학이 지적인 수준에서 한국사회에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학과나 프로그램 위주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면 기존의 학과주의만 공고화될 뿐이다. 포괄 보조 방식으로 지원하되 △대학이 유연하게 정원조정을 할 시스템을 갖췄는가 △역량 중심의 전공교육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고 있는가 △학생이 평생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기초교육을 하고 있는가 등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국가가 추가 적립 약속 필요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교육학)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교육학)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고등교육재정의 위기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탓으로 돌리고 국가의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는 교육계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 인하·동결을 강제했고, “경상비를 지원하면 무너져가는 대학을 연명시킨다”라며 경쟁을 통한 사업비 지원만 고집해 한계대학 양산에 기여했다.

정부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첨단산업 관련 학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과는 고사 상태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경상비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대학이 배가 고픈데(경상비) 옷을 사줘서(사업비)는 안 된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세입·세출은 특별회계보다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에 가까워 보여 회계법이 통과될 때 세출사업 설계에 어려워 보인다. 경상비로 지원해야 할 재원을 특정 사업비로 설계해 지원해야 하기에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별회계 사업비 삭감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제안은 이렇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는 2023년에는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퇴임하면 미래에 일반회계사업을 특별회계 사업으로 계속 돌리면서 결과적으로 재원이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국회 차원에서 입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교원단체, 교육감협의회, 야당에게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받아들일 명분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가 고등교육에 추가 적립금을 약속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 모든 것을 교부금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교부금 때문에 고등교육을 지원 안 한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해 국가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도 지원할 것이니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교육감협의회에서도 부담하라는 방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정리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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