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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친근감’…즐기는 운동장 꿈꿔
거대한 ‘친근감’…즐기는 운동장 꿈꿔
  •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
  • 승인 2006.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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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현대건축 9.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모습. 야간 경기가 있는 날 '막'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불빛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 사진제공 : 공간건축, 사진작가 조명환

~ 대~한~민~국! 짝 짝 짝 짝!!! 2002년 6월 4일 20시 30분 한국은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온 국민이 그토록 염원하던 1승을 거두었다. 붉은 유니폼과 태극기의 물결이 온통 뒤덮었던 바로 그 장소가 부산 월드컵 경기장, 공식 명칭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다.

56만 1949㎡의 부지면적에 총사업비 2,233억 원이 투입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관중석 6만 2300석, 최대 80,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로 2001년 9월 16일 개장되었다. 직경 256m의 지붕은 돔 형태로 128m 정도가 개폐가능한 반 개방형의 케이블 구조로 계획되었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원형의 경기장을 중심으로 경기장 둘레에는 토성의 띠와 같은 관객들의 진입을 위한 데크를 갖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두 개의 원이 결합하여 강한 중심성으로 화합의 의지를 보여준다. 지하 97.3m 지점에 중심을 두고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듯 원을 형상화한 외형은 새 천년을 맞아 웅비하는 부산광역시와 한국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과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행사에 대비하기 위한 종합경기장의 경우 웅장한 규모와 그에 걸 맞는 상징적 구조미를 자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처럼 거대한 규모와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건축가의 지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배치기법에 있어 상징적 의미는 하늘에서 본 경기장의 모습에서 드러날 뿐 일반적인 사람시선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도록 처리하고 있다. 배치는 상징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시선이 머무는 곳은 친근한 조형미를 느끼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의 지혜는 단순한 조형성의 강조이다. 대규모 건물일 경우 복잡한 조형보다는 단순한 조형일수록 전체적인 볼륨이 작게 느껴지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의 경우 단순한 반원형을 조형을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단일 볼륨이 갖는 크기를 분산하도록 48개의 기둥과 72개의 출입구에는 벽을 없애 개방성을 구현하고 전체 구조물을 곡선으로 처리하여 부드러운 조형미를 살리고 있다.

이러한 친근한 이미지의 구현은 재료의 선택과 사용기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시아드 경기장에 사용된 막구조는 단순히 지붕재가 아니라 때로는 벽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지붕에서 벽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운 천(막구조)으로 만들어진 내부공간은 자연채광으로 인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내부 모습. ©

 멀리서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을 바라보면 반투명 섬유에 의한 반원형의 돔 형태로 마치 해가 떠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야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러한 경기장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막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불빛은 일대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객석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지붕과 오색의 좌석 색깔이 어울려 내부에서 느끼는 모습은 야외 경기장이라기보다 실내의 콘서트홀을 연상케 한다. “운동장이란 것이 단순 sport 시설로서 보다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개인 중심의 생활로 바뀌어 가는 21c에서는 Mass Entertainment로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어, 경기장 건물로서보다는 대중집회 event 시설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설계를 마무리 하였다.”는 건축가의 말처럼 이 경기장은 인간적 느낌과 감각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국제적 도시 부산, 국제적 Sport 시설로서의 위용과 동시에 아늑하고 포근한 조형과 공감 감을 갖는 건축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은 단지 국제적 행사를 위한 위용과 거대한 상징적 조형보다는 사용하는 선수와 관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건축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김기수 / 동아대 건축학부
필자는 일본 경도공예섬유대학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후기 일본근대건축의 일본적표현에 관한 기초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건축의 일상성과 상징성’, ‘일본건축가 100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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