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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9] 크면 클수록 맛있다, 방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9] 크면 클수록 맛있다, 방어
  • 권오길
  • 승인 2022.11.0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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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방어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다음은 제주 모슬포 수협장이 신문 선전문에 써놓은 제주도 방어(魴魚) 자랑이다. 

제주에 살면서 어려서부터 방어 철이 되면 꼭 모슬포에 가서 방어회를 한두 번은 먹었습니다. 겨울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은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맛도 뛰어난, (…) ‘겨울 바다의 제왕’이라는 ‘방어’입니다. 등은 회청색을 띠고, 배는 은백색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여름에는 난류를 타고 떼지어 북쪽 동해로 이동하다가 가을이 되면 남쪽 바다 제주도 주변 해역으로 내려오는 회유성 어종입니다. (…) 방어는 대표적인 붉은살생선으로 흰살생선과 비교하여 DHA, EPA 등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하여 혈액순환을 도와줍니다. (…) 제주의 맛 좋은 방어를 드시면서 제주의 맛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 집 저녁상에 생선회가 올랐다! 많이 먹었던 회인데, 도통 이름이 안 떠오른다. 아내의 말을 듣고야 서울 친구들과 자주 먹었던 방어회임을 알았다. 아무튼 회를 봤으니 술 한잔이 빠질 수 없지. 보통 때는 막걸리를 하는데, 오늘은 생선회라 소주를 달라고 했다.

필자는 얼마 전부터 뇌 소동맥이 막혀(혈액이 흐르지 못해) 뇌 조직이 괴사(壞死, necrosis)하는 병인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을 치료 중인데, 신경과 주치의는 막걸리를 한잔만 하라신다. 뇌경색은 심하면 반신불수, 언어 장애, 시야 장애, 어지럼증, 의식 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다. 어쨌거나 가벼운 언어 장애 빼곤 문제없이 지나갔기에 마련이지 큰일 날뻔했다. 그나마 살짝 스쳐 갔다니 천만다행이지 반신불수나 됐다면 어쩔 뻔??? 제기랄 늙기도 서러운데, 나이 드니 이놈 저놈 되잖은 '친구(病)' 놈들이 같이 놀자고 마구 달려든다. 한편으로 코로나 예방접종 탓이 아닌가 하고…?

그런데 중앙지(신문)마다 전면에, 대문짝만 글씨로 “자연산 제철 방어, 모슬포 수협 직판 할인행사”, “지금 모슬포는 방어 축제 중”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 중앙에는 물을 박차고 내닫는 빙어 한 마리가 퍼덕거린다. 또 그 사진 아래에는, 살 색이 불그스레한 회 한 접시가 눈길을 끈다. “방어회의 여러 부위에서, 기름기가 많을수록 밝은 하얀색을 띠고, 엷은 분홍색 살은 하얀 부위보다 쫄깃하고 담백합니다. 암적색의 근육인 혈합육(血合肉)은 특유의 진한 풍미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방어(方魚/魴魚, Seriola quinqueradiata)는 전갱잇과의 바닷물고기로 고급어에 속하고, 몸길이는 1m가 훌쩍 넘는 것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남해안에 많이 분포한다. 몸은 긴 방추형(가락꼴)이고, 약간 옆으로 납작(측편, 側扁)하다. 제1등지느러미는 아주 짧고, 제2등지느러미는 매우 길며, 비늘은 작고 둥근 원린(圓鱗, cycloid scale)이다. 몸빛은 등 쪽이 청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인데, 주둥이에서 꼬리자루까지 담황색(淡黃色)의 불선명한 띠가 있다. 봄~여름에는 어린 방어가 먹이를 얻기 위하여 북쪽으로 이동하며, 가을~겨울에는 성어가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겨울철이 되면 제주 서귀포, 모슬포 앞바다에 큰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산란기는 2∼6월이며, 동중국해에서 빠르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으며, 먼바다에서 부유성 알을 낳는다.

어린 방어 새끼는 ‘마래미’라고 부르고, 무게에 따라 소방어(3kg 미만), 중방어(3~5kg), 대방어(6kg 이상)로 구분한다. 수명은 8년이고, 주로 밤에 활동하며, 어릴 때는 절지동물의 갑각류 비슷한 요각류(橈脚類, copepodea)를 주 먹이로 삼고, 해조(海藻, 바닷말)가 많은 지역에 모여 살며, 15cm가 넘으면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 등을 포식하는 육식어종이다. 또 방어(yellowtail/Japanese amberjack)의 살빛은 붉고, 큰 방어 살에는 지방이 많다.

몸집이 크면 클수록 맛 좋은 생선이 방어인데,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다른 어종과는 달리 방어는 체형이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산란 직전인 겨울에는 가장 맛이 좋다. 한여름에는 방어가 맛이 없기에 “여름철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라고 하며, 봄~여름철에는 살 속에 기생충이 생기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지방이 풍부하여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이 일본에서 횟감이나 초밥 재료로 인기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선호되는 횟감으로나 소금구이, 양념장구이로도 이용된다.

다시 말하면 방어는 2~4월이 산란기로 11월에서 2월까지 맛이 좋은 때이다. 이때쯤이면 15㎏이 넘는 ‘대물’ 방어가 잡히는 경우도 흔하다. 덩치가 큰 만큼 횟감으로 뜰 살점이 많고, 씹히는 맛이 좋아 ‘참치 뱃살’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울산 방어진과 제주도 모슬포, 마라도 주변 어장에서 주로 잡힌다.

그리고 방어에는 DHA,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비타민D도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어는 다랑어 다음으로 비타민D가 많으며, 또 비타민E와 니아신(niacin, 비타민 B3)도 들어 있어 노화 방지 및 피부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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