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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살릴 수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북극곰 살릴 수 있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 최승우
  • 승인 2022.11.18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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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㉖ 이준이 부산대 교수(기후과학연구소)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29일 이준이 부산대 교수(기후과학연구소)가 「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7강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의 「불평등과 빈곤·기아·식량문제: 생물종 다양성」, 제28강은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과)의 「팬데믹 시대의 개인과 사회」, 제29강은 안동일 연세대 교수(보건대학원)의 「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인간에 의해 초래된 기후 위기에 의해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심화되는 불평등은 기후 위기를 더욱 크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파키스탄은 지금 사상 초유의 극심한 복합재해 발생으로 국민의 생존 및 국가 존속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2년 봄철에는 일평균이 40℃에서 60℃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염이 파키스탄과 인도를 덮쳐 심각한 가뭄이 초래되고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파키스탄에 닥친 연속적 복합재해는 지구 온난화 심화에 따른 기후 변화와 자연 변동성이 함께 작동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지금과 같이 심화되지 않았다면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록적 극한 기상·기후 현상과 복합재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지구촌을 덮친 인류에 의한 기후 위기는 과거 배출의 책임이 큰 선진국 및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일부 개도국보다 파키스탄과 같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저개발 국가와 도서국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한 국가와 지역 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크며, 아동 및 여성의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인간에 의해 초래된 기후 위기에 의해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심화되는 불평등은 기후 위기를 더욱 크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했으며, 기후 위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최대 난제인 기후 위기, 과연 우리는 이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이준이 부산대 교수(기후과학연구소)는 “우리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가파른 경제 발전의 큰 수혜자이면서, 그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피해자”라며 “더불어 미래 후속 세대에 과중될 기후 위기의 가해자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이미 전 세계에서 지구 온난화 심화에 의한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폭풍 등 극한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피해와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체감이 증가하면서 기후 변화가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2년 3월에 공개된 AR6 WGⅡ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인류의 복지와 지구의 건강을 이미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명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인류와 생태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 영향 및 위험이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후 변화 영향과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기후 변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와 빈곤층에서 기후 변화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약 33억 명에서 36억 명의 인구가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위험 지대에 살고 있으며, 당면한 기후 위기는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 심화에 따른 기록적 폭염 및 가뭄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전 세계 인구의 반이 이미 기후요인 및 비기후 요인으로 인해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동시적 극한 현상의 발생(즉, 복합재해)은 기후 위험을 다양한 수준에서 더 악화시키며,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폭염과 함께 가뭄의 빈도 및 강도 증가는 농작물과 농업 종사자들의 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이는 농작물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 그에 따라 농업 종사자들의 수입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일차적으로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국가적 영향에서 전 지구적 영향까지 확장될 수 있다. 올해 봄철 인도와 파키스탄의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밀 재배국인데 이번 폭염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밀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밀과 쌀값 상승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기후 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다양성을 크게 손실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미 전 세계 육상, 담수, 해양 생태계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생태계의 구조가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물종이 이동하고 있으며 생장 시점도 바뀌고 있다.

해양 생태계의 경우 해양 온도 증가, 해양 열파 (Marine heat wave) 발생 증가, 산성도 증가, 산소 부족 등 복합적 변화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해양 생태계의 돌발적 이동 위험성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 위험에 따른 생태계 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서비스 악화는 결국 인류의 복지 및 삶의 질의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AR6 WGⅢ 보고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으며, 방안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 토지 이용, 산업, 도시, 건물, 교통, 수요 및 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최소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 부문에서는 다른 부문보다 정책 및 관행에서 완화 방안이 과소 사용되고 있는데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사용하며, 재활용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가파른 경제 발전의 큰 수혜자이면서, 그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다. 더불어 미래 후속 세대에 과중될 기후 위기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선택하게 될 사회·경제적 경로에 따라 현재 및 미래 인류의 생존과 번영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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