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5:35 (토)
정원 가꾸면 기억력 활성화…치매 예방에 도움된다
정원 가꾸면 기억력 활성화…치매 예방에 도움된다
  • 유무수
  • 승인 2022.11.04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깊이읽기_『흰머리 남자, 주름진 여자』 천양곡 지음 | 선인 | 355쪽

정신과 의사는 동정 피로로 번아웃 자주 나타나
거리 두고 지나는 부부가 황혼 이혼·자살 피한다

1970년대 초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48년 동안 정신과의사로 활동한 천양곡 저자의 회상록인 이 책은 정신(마음, 생각, 정서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병에 들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은 어디에 살든지 인종에 상관없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 받는다. 인간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아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매우 정신적인 존재다. 

 

정신과의사로 48년 동안 활동했던 천양곡 저자는 정원활동이 전두엽과 측두엽의 활동을 활성화했다고 적었다. 즉, 사고력과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체중 136킬로그램이 넘는 30대 미혼 여성은 감정 기복이 매우 큰 양극성 기분 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녀는 사춘기가 되었을 때 가족 몰래 화장실에서 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행위를 할 때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퇴원 후에도 자해를 계속했고 몇 번 더 정신병원에 다녀온 다음에는 음식에 매달렸고 체중이 불어났다.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창녀로 지낸다. 자신처럼 뚱뚱한 여자를 찾아주는 남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자신감이 생기게 했고, 일해서 돈을 번다는 점은 성취감을 주었다. 왜 이렇게 혼돈의 상황에 빠졌나. 그녀는 어린 시절 몇 년 동안 양아버지로부터 성희롱을 겪으면서 정체성이 왜곡되고 말았다.  

20대 후반의 한 독신남성에게 강아지 때부터 기른 불도그는 행복을 주는 동반자였다. 환자는 진료실에 와서 가슴이 깨어질 듯 아프다고 했다. ‘부서진 심장 증세’였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개 사진을 보여주면서 눈물을 흘렸다. 개싸움 노름을 하는 갱들이 그 불도그를 훔쳐서 싸움판에 집어넣었던 것이다. 온순한 불도그는 싸움에서 참담하게 패했다. 갱들은 돈을 잃어서 화가 났다. 갱들은 3천 달러를 가져오면 개를 돌려주겠다고 연락해왔고 경찰에 알리면 개를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환자는 개를 꼭 찾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서 슬펐다. 병원의 몇 사람이 조용히 도와주었다. ‘부서진 심장 증세’는 일시적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호흡곤란이 온다. 심전도를 찍으면 실제로 좌심방의 혈류 펌프 작용이 비정상으로 나온다. 

 

직장에서 은퇴할 때까지 큰 탈이 없이 잘 살아왔고 정신과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진 노인 은퇴 부부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은퇴한 남편은 집에서 혼자 스포츠 중계나 시청하면서 느긋하게 쉬고 싶었으나 아내는 여행, 음악회, 골프를 원했다. 아내는 남편이 은퇴한 뒤 우울증이나 치매 초기 증상이 있는지 정신과 의사에게 가보라고 했다. 노인 부부 싸움의 후유증은 오래가는 경향이 있으며, 황혼 이혼이나 황혼 자살 같은 용어도 생겨났다. 저자의 관찰에 의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부부가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오래 살수록 치매의 고비에 직면할 가능성이 대폭 높아진다. 80세가 넘으면 30퍼센트 이상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다. 치매 환자들은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감소, 방향감각 장애, 언어 장애 등을 겪는다. 상태가 심각해지면 대변을 가지고 장난하거나 공격성 행위를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치매를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으며, 예방이 최선이다. 정신과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러쉬는 정원활동이 치매를 포함한 정신질환자와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환자들이 흙을 만지고 화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는 정원 일을 한 뒤 뇌 영상 촬영을 해보니 사고를 주관하는 좌측 뇌의 전두엽과 기억력을 보좌하는 측두엽의 활동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로 육체노동을 하는 외과의사에 비해 정신과 의사는 편한가? 몸은 편할지언정 정신은 더 힘들 수 있다. 저자는 매일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사람과 대화하는 정신과 의사는 동정 피로가 쌓여 번아웃되기 쉽다고 고백한다. 정신과 의사는 어느 환자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자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긴장 속에서 산다. 예측 불가능한 환자가 자살이라도 하면 정신과 의사는 자존감이 손상되고 큰 좌절감을 느낀다. 이러한 요인은 일부 정신과 의사가 알코올, 약물남용, 이혼, 자살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만든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