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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조소를 내비치지 말라
함부로 조소를 내비치지 말라
  • 장태영
  • 승인 2022.11.02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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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장태영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장태영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미디어 전공자라면, 이런 자조적인 농담을 스스로에게 건네곤 한다. “난 다시 태어나면, 붕어빵 싸는 신문지라도 되고 싶어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전공을 써먹을 수 있으면 한다는 의미다. 놀랍게도 이 농담은 미디어 전공자가 아니라면 과거엔 회자되지 않았을 농담이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정보가 확산하는 가운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연민과 동정, 자조 역시 퍼져버리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는  대학원생의 삶과 처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세계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통틀어 대학원생의 삶은 연민과 함께 불쌍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랩실에 틀어박힌 삶, 저녁이 없는 삶, 알 듯 모를 듯 결국 아는 게 없는 상태로 시간과 나이만 축내는 안쓰러운 존재로 미디어는 바라본다. 10년 전에 방영된 심슨네 가족들의 장면이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만화 속 대학원생의 삶도, 현재의 대학원생의 삶도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학원생들의 삶은 미디어에서 연예인들이 불현듯 내뱉는 ‘가난 코스프레’도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2020년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 사유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대학원생의 삶이 ‘말뿐인 힘듦’이 아닌 실질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원생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심슨 가족」의 한 장면

그럼에도 대학원에 여전히 몸담고 연구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목표로 하는 연구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하고 싶다는 큰 소망. 그리고 작은 소망으 로 연구를 통해 이러한 조롱 섞인 연민과 동정을 극복하고 싶다는 심리 때문이다. 대학원생으로 좁게는 박사과정생으로 지도교수를 비롯해 여러 선배 연구자들에게 트레이닝 받는 과정은 매우 고난하다. 때에 따라 과정을 밟는 순간순간 느껴지는 고통스러움이 과정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매번 새로운 연구주제를 떠올려야 하는 고뇌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신의 삶에 비교되는 또래들의 연이은 취업 릴레이도 고통을 배가한다.

한 예로, 언덕빼기 한 가운데에 있는 단과대 건물까지 나는 석사과정 첫 1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걸어 올라왔다. 매달 소소하게 지원받는 20만 원 남짓의 교통비만으로는 왕복 시외버스비만 충당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가는 버스비 천 원을 아끼려고, 30분이나 멀리 떨어진 버스터미널로 아침 일찍 나서기도 했다.

물론, 1년 뒤 2차례의 학술대회 발표, 한 번의 서베이 지원 선정이라는 썩 괜찮은 결과물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경제적으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성과였다. 그런 성과를 얻고자 학내를 걸어오르 던 때, 불현듯 차를 타고 올라오는 대학원 동료의 번뜩이는 외제차를 보거나, 취업 턱을 내겠다고 잠시 펼쳐둔 책은 접고 얼른 버스타고 넘어오라는 고등학교 친구의 전화를 연달아 받을 때면 자존감은 연신 무너졌다. 돌아오는 연민과 동정을 견뎌내기 위해 난 과감히 그들 모두를 외면 했었다. 그리고 더 오래 단과대 건물에 머물며 와신상담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 이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떠올리며  대학원생의  삶에  대입해보자면, 대학원생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희화화되고 쉽게 대중들의 입에 오르 내릴 수도 있다. “너가 한 선택이기 때문에 견뎌!”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흘리는 땀과 눈물을 모르는 이들에겐 함부로 조소를 내비치지 말라 전하고 싶다. 대학원생의 삶은 마치 서로의 아픔을 알고 보듬는 동물들처럼 상처를 핥고 또 핥으며 서로 위안을 주고받는다. 그렇게라도 서로를 위안하지 않으면 대중들의 안쓰러운 조소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에게 나름의 여러 목표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대중들의 시선을 극복하겠다는 심리도 연구에 녹여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감히 제안해본다. 문화의 역동성은 미래세대가 그 동력을 제공하기에 늘 존재한다. 우리의 처지를 비웃는 이들의 연민과 동정을 뛰어넘는 시선은 결국 우리의 당당함과 목표의식이 빚어내야 할 우리의 목표이자 숙제여야만 한다. 

장태영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창원대에서 사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부산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프로스포츠 조직의 위기유형과 위 기대응 전략을 분석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동 대학 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현재는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스포츠 PR을 연구하고 있고, 게임전문매체 「THISISGAME」에서 e스포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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