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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유령들의 패자부활전
  • 최승우
  • 승인 2022.10.27 2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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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김민섭 지음 | 갈라파고스 | 296쪽

수많은 책과 언설로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 세계관’의 실상과 한계가 폭로되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여전히 사회의 강력한 헤게모니다. 능력주의의 바깥은 가능할까?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의 시선을 겹쳐 능력주의 세계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포착한다.

논픽션 파트의 저자 장석준은 근대사를 거치며 대두된 ‘지식 중간계급’에 주목해 능력주의의 기원과 한국이 능력주의의 최전선이 된 기원을 추적한다. ‘노동자 정체성’으로 민주사회의 토양을 일구었던 이들은 어떻게 능력주의의 가장 큰 신봉자이자 실패와 체념, 분노로 점철된 자녀 세대를 낳았을까? 자본가와 관리자가 되는 ‘지식 중간계급’의 상위계급이 아닌, 경쟁에서 줄곧 낙오하는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계급과 노동계급의 꿈과 세계관, 계급의식은 어떻게 능력주의와 연결되어 이를 단단히 지탱하는 것일까? '계급'에 주목한, K-능력주의의 새롭고 의미 있는 분석이 펼쳐진다.

픽션 파트의 저자 김민섭은 지방대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능력주의 ‘사다리 세계관’의 패자들이 모여 사다리 근방을 서성이며 겪는 곤란과 좌절, 분투를 그린다. 학교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불리지만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시간강사 오름, 서울 본교로의 ‘소속변경’을 꿈꾸며 겉돌고 패자라는 좌절감을 느끼며 폭력에 순응하는 또 다른 오름들은 우리를 옥죄는 능력주의라는 좁은 틀을 낱낱이 보여 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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