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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한니발
  • 최승우
  • 승인 2022.10.2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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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프리먼 지음 |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88쪽

거대 로마 제국에 맞서 감히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 했던
한 남자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전기

2천여 년 전,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눈덮인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 심장부를 겨누고, 로마의 운명을 손아귀에 틀어쥘 뻔했던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바르카. 로마 역사가 폴리비오스는 한니발의 알프스 횡단에 대한 역사적 의의를 추켜세우는 역사가들을 비판했으며, 리비우스는 한니발이 잔혹한 야만인에 탐욕스러운 인물이라며 폄하했다.

칸나이 전투의 대승 이후 로마로 진격하지 않은 그의 선택이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의 부하 마하르발이 로마 진격을 반대한 한니발에 대해 “싸워 이기는 법은 알지만, 승리를 활용할 줄은 모른다”고 탄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온당한 평가인가? 지은이 필립 프리먼은 로마 역사가들의 폄하와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을 길어올려 로마를 상대로 한 한니발의 투쟁을 재현했다. 그가 도박과도 같은 알프스 횡단을 감행해야 했던 국내외적 상황, 칸나이 전투 이후 로마로 진격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않은 필연적 이유, 휘하 병사들과 고통을 같이 나눈 헌신적이고 인간적인 면모 등을 유려하게 펼쳐낸 이 전기를 읽다 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잣대로 그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니발이 승리했다면 세계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에 관한 흥미로운 추측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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