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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진 연구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터”
“국내 지진 연구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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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_정해명 서울대 교수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선 전무합니다. 이왕 한국에 온 만큼 국내 지진연구를 대폭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 서울대 물리학과에 임용되어 해외 생활을 접고 귀국한 정해명 교수. 그의 주 연구분야인 지하 수백 킬로미터 깊이에서의 지진연구는 국내에선 그동안 수행된 바가 없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이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그가 국내에서 이룰 연구들이 기대된다.

현재 지진연구자들에게는 지하 깊은 층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지진의 ‘깊은 내막’을 규명하는 일이 중요 과제로 남아 있다. 지진 연구는 대략, 얕은 층(30~60㎞), 중간 층(60~300㎞), 깊은 층(300~680㎞)으로 나뉘어 이뤄지는데, 국내 연구는 대부분 30㎞수준에 집중돼 있다.

사실 중간층 정도만 연구하려 해도 국내엔 장비가 전혀 없다. 실험장비를 갖춘 곳은 미국이 열 군데 정도이고, 일본도 몇 군데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다행히 정 교수는 오레곤대, 미네소타대, 예일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내셔널랩 등을 거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우선 실험실과 장비를 갖춘 뒤에 정 교수가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것은 아직 신비에 싸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난제들을 밝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지하로 조금만 내려가도 압력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암석이 부드러워져, 그것이 부러져서 일어나는 지진은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겨지는데,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의 고압, 고온의 조건에서도 지진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직 과학계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어요”라며 “여러 가설들을 실험해 입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정 교수는 2004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규명했는데, 1960년대부터 논문발표 전까지만 해도 ‘볼륨(volume)에 변화가 있어야 지진이 일어난다’는 가설이 정설처럼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정 교수는 250㎞ 깊이에서 ‘볼륨에 관계없이 물이 나오면 지진이 일어난다’라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했던 것. 또 2001년 사이언스지에 ‘‘물의 유무’와 ‘스트레스(힘)의 강약’에 따라 감람석의 배열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감람석의 배열구조를 통해 지진파의 속도를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에 이어, “국내의 맨틀 상부에서 올라온 암석들을 대상으로 변형구조, 미세구조 등을 연구해 심층구조에서의 지진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지금 국내 지진연구는 ‘지진계’(seismometer) 정도만을 사용하는 등 매우 열악하다. 역시나 그는 “신임교수로서 순수과학 분야에 장비와 연구비를 지원해줄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정 교수는 “실험실을 차리면 암석변형실험도 할 계획이며, 특히 수렴대에서의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살피고, 또 지진파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싶다”며 의욕을 나타낸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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