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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 최승우
  • 승인 2022.10.27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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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경 지음 | 궁리출판 | 320쪽

느슨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연결되는 일상의 공부, 놀이, 예술
기획자 주은경의 함께 배운다는 것

나에게 ‘시민교육’은 “나의 진정한 기쁨과 세상의 깊은 허기가 서로 만나는 장소”였다. 이 책은 ‘시민교육 현장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함께 공부하고 서로 배우며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낯선 이를 환대하는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다.
배움을 통해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삶이니까.
―프롤로그에서

시민들이 모여 집단 창작 시를 쓰고 연극을 올리고, 함께 공부하고, 그림을 그린다. 왜? “어둠 속에서 친구를 얻는다면, 어둠도 흥미롭다”는 어느 시인처럼, 친구를 찾기 위해서일까?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 때 견딜 만해진다”라고 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에 소개된 시민연극단의 배우들은 말한다. “마음을 만나기 위해 연극을 합니다. 내가 산다는 것은 마음이 사는 거니까요.” “타인의 자리에 서보면 그 사람의 숨겨진 감정을 알게 돼요.”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생활에도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어요.” 시민연극단뿐 아니라 느슨하게 만나고 연결되는 여러 모임에서 사람들은 기쁨과 성장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고립되지 않고 같이 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누구에게든 필요하고, 요사이 생겨나고 있는 평생교육원, 시민교육센터의 성격을 띤 여러 곳들, 집 근처의 책방이나 도서관, 혹은 동네 주민자치방 등도 그런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모이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글쓰기, 책읽기, 각종 공부와 만남의 장을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오프라인의 다양한 모임들도 있다.

그림 그리고, 춤추며, 연극하는 시민교육기획자 주은경이 스스로를 교육하고 다채로운 놀이와 배움을 기획해온 사람들의 여정을 한데 엮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작가, 성공회대학교 사회교육원 기획실장을 거쳐 시민단체 참여연대 부설 느티나무아카데미에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부원장, 원장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학교, 인문학교, 시민예술학교를 기획·운영했다. 이 책은 시민교육기획자 주은경이 30여 년간 경작해온 현장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다큐멘터리이자 ‘서로 배움’의 공동체를 꾸려온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기록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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