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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초풍 익살주머니
요절초풍 익살주머니
  • 최승우
  • 승인 2022.10.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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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완식 지음 | 장유정 옮김 | 두두 | 156쪽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유머를 담은 재담집
익살과 냉소, 실없는 말장난과 신랄한 풍자 사이를 오가다

딱지본 『요절초풍 익살주머니』는 영창서관에서 1921년 3월 15일 발행한 재담집이다. 여기서 ‘재담집’이란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우스갯소리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것을 뜻한다. 앞서 딱지 시리즈 1편은 무학대사의 영웅담, 2편은 여걸 춘자의 모험담, 3편은 써니와 찰리의 연애담을 담고 있었다. 4편 『요절초풍 익살주머니』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아닌, 그 당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슬몃슬몃 흘러나오는 재담집으로 정해 딱지 시리즈를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꾸렸다.

책의 원본은 120개의 재담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으나, 현대어로 새롭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재담을 제외하고 총 80개의 재담으로 추렸다. 또한 재담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순서를 재구성하였다. 첫 번째 ‘재담 만물상점이라오’에서는 말장난들을 모았으며, 두 번째 ‘문명한 세상이구려’는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닥뜨린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반응들을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뜬장님이라고’에서는 이렇게 변화한 시대 속에서 기존의 고정된 위치와 관계가 어떻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잘 보여 주는 재담을 실었다.

원저작자인 남송 송완식은 1920~1930년대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하며 동양대학당 출판사를 운영한 출판인이다. 그는 당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쏟아진 새로운 말들을 민중에게 전파해야 한다는 의지로 문학부터 실용서, 어학, 사회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판하였다. 따라서 『요절초풍 익살주머니』는 1920년대의 새로운 풍경과 조우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여러 해프닝과 시대의 새로운 언어에 기민하게 반응한 결과 만들어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식민지 조선인들을 즐겁게 한 유머들을 만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유머가 발생할 수 있었던 식민지 사회의 한 단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비극과는 다른 희극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공유하며 함께 웃어 왔다. 허를 찌르는 재치와 공감의 폭소를 자아내는 맥락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1920년대 『익살주머니』에는 기차, 자동차, 우편 시설 같은 과학 기술이 생활에 막 밀려들어 오면서 이에 대응하는 대중의 반응이 주된 유머 코드로 자리한다. 낯선 외부의 문명과 토착 문명 사이의 문화 충돌에서 오는 조정 기간의 희극을 『익살주머니』가 담고 있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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