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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 건 잠시의 틈도 만들지 않는다”…한범수 에세이
“그리워하는 건 잠시의 틈도 만들지 않는다”…한범수 에세이
  • 김재호
  • 승인 2022.10.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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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사랑이 지금이라고 말한다』 한범수 지음 | 책구름 | 268쪽

“삶을 바라봅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바라봅니다. 삶은 사랑입니다.

나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책 제목이 참 따뜻하다. ‘사랑이 지금이라고 말한다’는 이 책의 3부에서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손자 셋을 두고 있는 저자 한범수 경기대 교수(관광개발학과)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사람들이 정년 후 삶을 물어보면, 소소한 행복 거리들을 얘기한다. 한 교수는 “삶을 바라봅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바라봅니다. 삶은 사랑입니다. 나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라고 적었다. 행복한 할아버지로서 “사랑이 지금이라고 말합니다”라고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사)한국관광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관광학 분야 권위자인 한 교수는 2013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시조시인이며, ‘웨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단장이기도 하다. 교수의 삶이 팍팍할 것만 같은데, 따뜻한 감수성을 계속 키워온 듯하다. 한 교수는 책과 사진, 음악, 붓글씨를 사랑한다. 한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건 잠시의 틈도 만들지 않습니다”라며 “보고 싶어 하고 또 보고 싶어 합니다”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혔다.    

『사랑이 지금이라고 말한다』의 1부는 ‘오늘은 나그네, 나는 길을 간다’이다. 1부에 소개된 「러시안 로망스」라는 앨범을 들으니 그냥 눈물이 흐른다. 익어가는 이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한 교수는 사제르 쿠이의 ‘타버린 편지’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한 교수는 “잔잔한 공간을 맴도는 첼로의 울림이 사랑하는 연인의 빰을 어루만지고 귓불을 어루만집니다”라며 “숨이 멎은 듯, 발걸음을 내딛는 피아노 소리가 힘겹게 써 내려간 글씨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적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교수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여자 친구가 이별 통보를 하던 그때의 비오는 종로 뒷골목을 회상했다. 

2부는 ‘당신을 놓고 싶지 않아 자꾸자꾸 글자를 늘여갑니다’이다. ‘글자를 늘여갑니다’ 에피소드에선 떠나보낸 어머니를 떠올렸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인용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어머니는 밭을 나가고 텅 빈 판잣집에 홀로 있던 소년 한범수는 누나를 따라 학교에 갔다. 학교에선 누나의 선생님이 먹을 것을 주셨다고 한다. 한 교수는 “길가에서 푸성귀를 펼쳐 놓고 사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할머니들 속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봅니다”라고 적었다. 꿈에서 부모님을 뵈었다는 한 교수는 “두 분을 놓고 싶지 않아 자꾸자꾸 글자를 늘여갑니다”라고 적었다. 

『사랑이 지금이라고 말한다』에는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깊어가는 가을밤, 음악과 차 한 잔 그리고 책 한 권이면 행복할 수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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