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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중국의 당근과 채찍, 대만을 길들일 수 있을까
[글로컬 오디세이] 중국의 당근과 채찍, 대만을 길들일 수 있을까
  • 이광수
  • 승인 2022.10.24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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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양안(중국과 대만)관계는 일종의 화약고처럼 흐르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중국은 1979년 ‘대만동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처음으로 양안의 교류와 통일을 제안했지만, 대만은 “삼민주의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라고 역제안을 하기도 했다. 1984년에는 덩샤오핑이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으로 평화적 통일을 이루자는 제안을 했으나, 대만의 장징궈 총통은 ‘좋은 제도’여야 한다면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때까지는 양안 모두 하나의 국가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대만에서 정치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민주진보당이 창당되고 집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생각하는 ‘대만인 정체성’의식이 강화됐다. 이 때문에 양안 통일 문제는 이제 하나의 국가로 어떠한 통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독립을 추구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게 됐다. 

일국양제 방식으로 홍콩과 마카오를 반환받은 중국은 그 효과를 대만에게도 반영시키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게 변했다. 2014년의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 2019년의 범죄인 송환 법 반대 시위 등 베이징의 개입과 간섭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일국양제 반대 시위는 결국 2021년 홍콩 보안법의 제정을 통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으로 양제의 의미를 변화시켰고, 이는 대만인들에게는 일국양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더욱 강화시켰다. 

따라서 양안통일에 대한 중국의 요구에 대해서 대만은 통일은 원하지 않고, 독립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중국에 귀속되지 않은 ‘현상유지’를 다수가 선택하고 있다. 대만의 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에서 1992년 이래 현재까지 꾸준하게 여론조사하는 통독 입장 추세를 보면 2000년 이래 50% 이상이 현상유지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데, 올해 6월까지 나타난 결과로는 현상유지 56.9%, 독립을 선택하는 비율은 30%, 통일을 선택하는 비율 7% 이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통일 압박이 강할수록 이에 저항하는 대만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일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창과 이에 맞서는 대만의 방패가 대만해협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먼저, 중국은 대만 독립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 경제, 외교 영역에서 압박이라는 예리한 창을 휘두른다.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한 상륙과 공격 훈련을 하는 군사적 압박, 파인애플이나 망고, 과자 등의 농수산 식품 수입을 중단시킨 경제적 압박, 세계보건기구 참석 방해나 외교관계 단절을 유도하는 외교적 압박 등 강경한 창을 사용한다. 

그 목적은 무력통일도 시도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미국에게도 경고하고, 대만인들에게 전쟁공포심을 자극하며 독립 시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만의 방패는 먼저 강경한 대응이다.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상향 조정하거나 미국 무기 수입과 자체 생산 및 배치를 통해 군사적 대응 노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미국 이외 일본, 유럽연합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외교공간에서의 대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압박에 대해 분노하는 대만 민중의 반중 감정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정서적 연대를 강조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대만인 우대 정책이라는 부드러운 창을 사용한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대만 민중을 향해서 통(通), 혜(惠), 정(情) 즉 교류, 복지, 정서 세 가지 측면에서 양안이 융합해 발전하면 통일이 가능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민진당 정부와의 정치적 대화나 교류가 힘들다고 보고, 대만의 청년층과 민간인을 직접적으로 교류의 핵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대만인 우대 조치는 대만인들에게 대륙인과 동일한 대우 혹은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해 주겠다는 조치다. 청년세대에 대한 유학, 취업, 창업, 거주의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정보통신, 금융 등 첨단 산업, 무역, 농·수·축산업 협력 등 전통 산업 부문의 종사자들에게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한 대만의 방패는 쉽게 믿지 말라고 한다. 즉 대만인 우대조치는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으로 대만인을 유인, 회유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으며, 실제로 경제적인 이득도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보고에서 시진핑은 무력에 의한 통일이라는 더욱 예리한 창을 휘두를 수 있음을 과시했다. 이에 맞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도 쌍십절 기념사에서 국토 방어 의지라는 방패를 명확히 보여줬다. 양안의 창과 방패는 여전히 맞부딪치고 있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양안관계와 통일모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만 신문의 정치양극화 연구」(2022), 공역서로는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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