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02-07 11:52 (화)
러시아는 ‘중대 결정’을 내릴 것인가...핵분열 ‘연쇄반응’이 기로에 섰다
러시아는 ‘중대 결정’을 내릴 것인가...핵분열 ‘연쇄반응’이 기로에 섰다
  • 유만선
  • 승인 2022.10.20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⑯

전 세계 32개 국가, 약 439개의 핵반응로 가동 중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는 핵분열 속도의 제어 실패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강대국에 의해 시작된 일방적인 전쟁이라 몇 개월 아니 몇 십 일이면 끝날 것 같다’고 하던 사람들의 우울한 예상을 깨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계속된 지원하에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러시아에 의해 빼앗겼던 동부 지역의 영토를 되찾는 등 우크라이나는 기세를 올리고 있고, 러시아군은 많은 자국 군인들을 희생시키며 민간인들마저 동원하는 등 스스로 침공을 시작했음에도 수세에 몰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권력자들이 하는 ‘중대 결정’,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와 같은 말들이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바로 ‘핵미사일’을 의미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1945년 일본에 두 발의 핵폭탄이 떨어졌다. 핵폭탄은 핵분열의 연 쇄반응으로 가능하다. 사진=위키백과

핵미사일은 핵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로켓의 머리부분에 달아 적진까지 날려보내어 떨어뜨리는 무기이다. 이때 핵반응은 핵분열(nuclear fission)을 의미하는데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의 원자핵이 중성자에 맞아 분열하는 현상이다. 핵분열 시에는 빛과 열의 형태로 매우 큰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때의 에너지는 물질 그 자체가 다른 물질로 변화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물질들이 결합하거나 분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반응 에너지와는 다르다. 심지어 핵분열을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은 같은 양의 화석연료가 연소함으로써 얻는 에너지양에 비해 수십만에서 수백만 배에 이른다.

핵분열 현상은 1939년 2월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 그리고 스웨덴의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설명됐다. 아쉽게도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시점이었고, 그들의 위대한 발견은 미국의 핵폭탄 제조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로 이어져 인류가 전에 본 적 없는 거대한 살상무기의 탄생을 이끌었다. 결국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발의 핵폭탄이 투하됐다. 이 두 발의 핵폭탄은 도시 건물의 90% 이상을 폐허로 만들며 당시 완강히 저항하던 일본의 즉시 항복을 받아내었지만 20만 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즉시 혹은 서서히 고통받으며 죽게 하였다.

1955년 7월 15일 오토 한 등의 과학자들은 독일 남부 콘스탄체 호수의 마이나우 섬에서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이다”라고 외쳤다.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과 오토 한 등의 ‘마이나우 선언’에도 불구하고 세계 열강들은 손에 넣은 ‘궁극의 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으며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9개의 국가에서 약 1만3천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격하게 터져 나오는 핵분열 에너지는 가공할 무기로 쓰이기도 하지만 발생속도가 적절히 조절되는 핵분열 에너지는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뜨거운 증기를 만들어 내는 열에너지원으로도 쓰인다. 1986년 4월에 있었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3월에 있었던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 등 핵분열 속도의 제어에 실패해 생긴 치명적인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적은 연료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에너지 때문에 현재 32개 국가들에서 약 439개의 핵반응로를 가동하고 있다.

원자핵 수준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현상이 도시 건물들을 형체도 없이 날려 버리는 파괴적인 에너지를 일으키거나 아니면 거꾸로 도시 전체에 필요한 소중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연쇄반응(chain reaction)’에 있다. 중성자가 원자핵을 쪼개고 나면 쪼개어진 두 개의 원자핵 외에도 새로운 중성자들이 배출되고, 이들이 근처의 원자핵을 다시 건드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핵분열 반응의 수가 지수적으로 증가하며 엄청난 에너지 폭풍을 가져오는 것이다.

연쇄반응의 파괴력은 비단 핵분열 현상에만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행위가 발단이 돼 중국과 대만, 한국과 북한과 같은 갈등지역에 큰 안보문제로 번져 결국 세계 평화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발견하고, 적절히 제어하는 데에 성공한 과학기술자들의 냉철한 이성과 판단 능력이 러시아의 정치권력자들에게 그대로 전이되기를 바랄 뿐이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