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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헤이트스피치’, 시민의 식견이 열쇠
‘가짜뉴스·헤이트스피치’, 시민의 식견이 열쇠
  • 최승우
  • 승인 2022.10.2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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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㉓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24일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가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4강은 박상욱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기술 패권과 표준 경쟁」, 제25강은 이종광 성균관대 교수(철학)의 「디지털 문명과 인간의 자유」, 제26강은 이준이 부산대 교수(기후과학연구소)의 「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필수적인 권력 감시 및 비판이 사회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논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기반이 된다. 궁극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식견 있는 시민’의 양성을 도와주는 근거가 된다.“

오늘날 언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편하게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언제 어떻게 오늘날처럼 쓰기 시작했는지를 그 역사를 따져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술의 발명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 확장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실제로 17세기가 끝날 때까지 교회와 왕정에서(그리고 이후에는 의회에서) 모든 출판물에 대한 사전 검열을 실시했다. 

19세기 중반에 들어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1859)에서 개별적 주체인 개개인이 모두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치권력 외에도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밀의 주장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오늘날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개인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전파력이 더 강하고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속지 않도록 끊임없이 ‘합리적 의심’과 가짜 뉴스임을 판단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한편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1970년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지구 건너편 소식을 통해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네트워크를 형성시킬 정도로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됐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터넷을 대표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보급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82년 인터넷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나라가 됐다. 당시 통신 기술의 불모지에 가까웠는데 인터넷의 독자적 개발로 인해 훗날 한국이 디지털 시대를 10년 이상 앞당긴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정보화 강국으로 등장하게 되며 디지털 세상을 빨리 열고 이를 선도해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확장됐는가를 진단하기에 앞서 현재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짚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더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를 찾는다면 크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21조 제4항에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절대적인 자유가 아니라는 헌법 유보 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형법에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있다. 만일 사실 보도가 명예훼손이 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의무로 하는 언론이 어떻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게 될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오랫동안 국경 없는 기자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고, 국제법적인 기준으로 봐도 적절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가 매우 낮고 개선을 위한 권위나 기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과 보편적 이용으로 과거에 비해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최근 들어 가장 큰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이 가짜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가짜 뉴스란 뉴스의 형식을 빌려 허위의 사실을 진실인 양 속이려는 정보를 말한다.

문제는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전파력이 더 강하고 전파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또한 진짜 뉴스보다 가짜 뉴스가 더 많이 읽히고 열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소식이 진짜라고 믿는 확증편향과도 맞아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대부분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짜 뉴스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가짜 뉴스에 속지 않도록 끊임없이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며, 가짜 뉴스임을 판단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내용상 타인을 비난하거나 험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 법원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빠르게 표현과 정보가 전파되는 가능성을 간파하고 명예훼손과 모욕죄 성립의 핵심적인 기준으로 ‘전파 가능성’을 두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 상황에서 사이버 모욕죄라고 할 수 있는 법 규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법을 다루는 정보통신망법에는 모욕죄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헤이트 스피치, 즉 혐오 표현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운 쟁점이다. 혐오 표현은 간단히 인종, 민족성, 종교, 피부색, 성별, 성 정체성, 장애 여부 등의 차이에 근거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폄훼, 무시, 증오하는 욕설적 표현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아우슈비츠 감옥 대학살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거나 히틀러나 나치를 찬양하는 표현의 경우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 역사적 교훈과 경험을 통해서 혐오 표현이 공동체의 삶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법적인 규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플이나 공격적인 댓글 또는 블로그에 대한 댓글 등을 통해서 특정인을 타깃으로 삼아 인격적,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를 사이버 폭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이버 폭력은 특히 소셜 미디어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발생하는 데 악플을 달아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을 스토킹하거나, 또는 개인의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범죄 행위를 포함한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형법을 통한 조치보다는 행정적 조치를 통해서, 그리고 법적 규율보다는 디지털 에티켓을 지키도록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필수적인 권력 감시 및 비판이 사회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논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기반이 된다. 궁극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식견 있는 시민’의 양성을 도와주는 근거가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윤리 교육도 실시돼야 상생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법적 규제이든 교육이든 그 목적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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