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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개념, 확장 재조정…"견훤 장군도 납셨네"
전문성 개념, 확장 재조정…"견훤 장군도 납셨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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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 상반기 신임교수]8. 실무가 출신 교수들이 늘어난다

대학가에 실무가 출신 교수들의 돌풍이 거세다. 최근 대학교육에서 실용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현장경험에 탄탄한 이론적 배경까지 갖춘 실무가 출신 교수들의 아카데미 진입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3년 동안의 교수임용 경향을 살펴보면 크게 4개 분야에서 ‘순혈주의’가 깨지는 모습이다. 2008년 전문대학원 체제 도입이 확실시 되는 법학 분야는 단연 실무가 출신들이 눈에 띄게 교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교수신문 자체 조사에 의하면 로스쿨을 준비하는 14개 대학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총 87명의 교수를 초빙했는데, 이중 64명이 법조인 출신일 정도로 실무가 출신 교수의 대학가로의 진출이 많다.

건축사 인력의 국제적 상호인증을 위해 학부교육과정을 5년제로 바꾸는 건축학 분야에서도 건축 전문가들이 대거 유입중이다. 실무가 출신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대학 측 입장과 대학공간에서의 작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경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축 전문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언론과 예술 분야도 현장 실무 경험이 크게 강조되면서 실무가 출신 교수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교수임용 경향을 반영하듯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영입 0순위로 평가받는 명망가들의 대학행이 눈에 띈다. ‘딸깍발이 판사’로 유명한 조무제 前 대법관은 2004년 9월부터 동아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년퇴임 시부터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절 사절하며 조용히 후학 양성에만 집중한 그는, 석좌교수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는 올해 역시 ‘민사소송법’을 강의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 교수로서 퇴임하기 전까지 계속 법학 수업을 담당할 계획.

한겨레신문의 대표 칼럼니스트였던 이원섭 前 논설위원실장은 지난해부터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랜 언론계 생활 경험에서 우러나온 취재, 미디어 글쓰기 전략 등을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수중이다. 이 교수는 “언론사를 떠나면서 권력과 연관되는 곳에 가는 모습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평소 교육에 뜻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얻게 돼 행운”이라며 교수로서의 생활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수 사이에서도 데면데면 지내는 상황은 조금 아쉬운 지점이라고.

영화 ‘인터뷰’, ‘주홍글씨’ 등 문제작을 만들어 낸 변혁 감독은 올해 상반기 성균관대 교수가 됐다. 변 교수가 이번 학기 맡은 과목은 모두 3강좌. 학부에서는 ‘졸업작품연구’, ‘영화연출기초’를, 대학원에서는 ‘연출워크샵’를 가르친다. 프랑스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까지도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내가 하는 일들의 논리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좋다”라며, 소감을 표했다. 변 교수는 앞으로 영화교육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연기자 서인석 씨 역시 지난해 한서대 부교수로 자리 잡았다. 현재 40년 연기 노하우를 토대로 학생들을 꼼꼼히 지도하고 있는 중이다. 교수 1년 차인 서 교수는 수업 진행이 제일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이론과 실기의 비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서 교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 학생 충원을 신경 써야 하는 교수들의 고민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전문은 www.kyosu.net 게재)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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