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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신경신호 '뉴로버스' 주체적 인류문화 만들다
뇌 신경신호 '뉴로버스' 주체적 인류문화 만들다
  • 최승우
  • 승인 2022.10.2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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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㉒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생명과학)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달 17일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생명과학)가 「뇌과학에서 자유의지」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3강은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의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제24강은 박상욱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기술 패권과 표준 경쟁」, 제25강은 이종광 성균관대 교수(철학)의 「디지털 문명과 인간의 자유」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자유, 평화, 사랑과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들도 모두 뉴로버스 안에서 생성된 신경 신호로서 정의된다. 뇌 과학에서는 의식이 뇌 속 신경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생성된 물질적인 요소로 설명된다.”

자유란 자신의 행동과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자유는 개념상 자유를 누릴 주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뇌 과학에서는 자유의 주체로서의 ‘의식’이 의식한 세상 속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의지가 뇌 속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대해 질문하며 이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제시한다. 

현대 과학의 주류적 관점인 유물론적인 접근에서는 모든 존재를 물질적인 요소로 환원해 설명하기에 의식이나 자유의지는 일종의 착각이나 허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의식이나 자유의지에 대한 경험은 분명히 존재하며 많은 뇌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본 강연에서는 자유의 주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살펴보고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뉴로버스란 신경(Neuron)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서 메타버스가 디지털 언어로 만들어진 세상의 모형을 뜻한다면 뉴로버스는 신경신호로 만들어진 세상의 모형이다. 뇌는 세상의 존재를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생성된 뇌 속의 신경신호로 재구성된 세상을 인식한다.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생명과학)는 "현대 과학의 주류적 관점인 유물론적인 접근에서는 모든 존재를 물질적인 요소로 환원해 설명하기에 의식이나 자유의지는 일종의 착각이나 허상으로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의식이나 자유의지에 대한 경험은 분명히 존재하며 많은 뇌 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그러나 눈 앞에서 사과를 보면 전기신호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과가 보일 뿐이다. 뇌의 시각피질을 측정하면 사과에 해당하는 신경신호만이 발생을 하는데도 말이다. 뇌가 전기신호인 신경신호를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신호가 해석된 형태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사과를 사과로 보는 고등 인지 기능을 의식 기능이라 한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많은 사물 중에 사과를 무시하거나 집중해서 볼 수 있다. 본 논의에서는 뇌가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 체계를 편의상 뉴로버스라 명명한다. 자유, 평화, 사랑과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들도 모두 뉴로버스 안에서 생성된 신경 신호로서 정의하는 것이다.

생존과 적응을 위한 기관으로서 뇌는 팩트에 맞도록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숨거나 활동을 멈추는 것이 본능이며 먹잇감이 있을 때는 사냥을 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생각에 맞도록 팩트를 바꾸려는 의지도 생존과 적응에 중요하며 개인이나 인류문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뉴로버스의 존재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쌍둥이 표상이다. 사과를 보면 사과의 이미지가 뉴로버스 내에 형성되고 사과의 상태에 따른 변화와 연동된다. 다른 사람의 뇌에도 동일한 사물이 표상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호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표상된 대상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느낌은 개인차가 있다.

역사적으로 의식이란 비물질적인 요소인 영혼과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유물론적인 세계관이 발전하면서 의식을 물질로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뇌 과학에서는 뇌 속에 신경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생성된 물질적인 요소로서 설명된다. 

의식의 본질이 현상적으로 존재한다면 우리의 의식이 자유의지를 가졌는지 여부는 또 다른 논쟁거리다. 자유의지론에서는 뇌 속의 관찰자는 자유의지가 있고 선택의 폭이 넓고 유동적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을 의사 결정의 주체로 인정한다면 개인이 선택하는 자유는 비교적 간단히 설명된다. 결정의 주체로서 인간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유의지를 충동에 저항하는 일종의 에너지로 봤다. 

의식과 자유의지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연구는 근본적으로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다. 과학적인 방법론은 객관적인 실험과 결론을 통해 접근하는 3인칭 시점인 반면 ‘의식’에 대한 경험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1인칭 시점이다. 예를 들어 나와 남을 구별하는 수많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자아 인식에 대한 뇌 영역이 어느정도 밝혀져 있지만 이것은 나와 남을 구별하는 뇌 영역이지 관찰자로서 나를 표상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상 관찰자는 내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서든 남의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서든 늘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므로 뇌 영상을 찍는 동안 내내 활성화돼 있을 것인데 실험 방법상 두 대조군을 비교하기 위한 영상 처리 과정에서 관찰자는 제거될 수밖에 없다. 

현대 우세한 뇌 과학적 설명들은 모두 유물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유물론이 과학적 검증의 결과라기보다는 이념적인 유물론이 과학적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행동의 주체에 대한 유물론적 시각이 잘 반영하고 있다. 행동주의에서는 정신이나 마음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행동을 자극과 반응의 연결로 설명한다. 뇌의 기능이 있다면 자극과 반응을 연결시켜주는 것일 뿐이기에 과학자는 눈에 볼 수 있는 자극과 반응과의 관계만을 연구하면 되는 것이다.

유물론은 다양한 사회적,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비교적 단순하고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유물론의 간단함과 그럴듯함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의식과 자유의지의 문제에 대해 유물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설명에 대하여는 설왕설래하고 있다. 유물론 내에서도 결정론과 비결정론, 그리고 결정 여부와 무관하게 자유의지의 존재를 인정하는 양립론과 양립 불가론이 존재한다.

유물론적 관점에서는 높은 차원의 결정도 내 스스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결국 나의 기억이나 학습된 정보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의지나 자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인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회 구조와 체계가 더욱 중요하게 된다.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나 프랑스에서 일어난 68운동에서 주장하는 자유가 잘못된 사회 구조 개혁으로 표출된 것도 유물론적 자아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유의지가 없는 개인은 마치 물감에 천이 물들 듯이 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의지론적 관점에서 나는 다양한 욕구를 선택할 수 있고 때로는 거부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볼 때, 그것에 적응하거나 바로잡고자 하는 주체는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이며 행동의 책임을 가진 주체로서의 자아이다. 사회 개혁의 내용 역시 사회 구성원인 개인들은 동일한 자유의지를 가졌으므로 서로가 그것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기 위한 책임을 전제로 한 사회 개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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