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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규제 강국,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
금융 규제 강국,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
  • 황현철
  • 승인 2022.10.12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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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_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② 암호자산 법제화의 방향
황현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지급결제학회(회장 김선광 원광대 로스쿨 교수)와 교수신문은 미래 기술 ‘블록체인’의 사회·경제·법적 변화와 전망을 분석하는 ‘전문가 리포트_ 블록체인과 암호자산’ 연재 기획을 마련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자산에 대한 최신 트렌드와 이슈를 짚어보고,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암호자산의 등장 배경에서부터 암호자산의 법제화 방향, 블록체인과 금융서비스 혁신, 웹3.0에 대한 비판적 검토, DeFi 이해와 규제방향, 메타버스와 가상경제, NFT(대체불가능토큰)의 현황과 법적 과제, STO(증권형토큰)에 대한 이해까지 다룰 예정이다. IT 전문가 4명과 법학 전문가 3명, 업계 전문가 3명 등 10명의 필진이 참여한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3년. 그동안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자산 시장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은을 넘어섰고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금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였다. 

암호자산은 적용분야와 적용방식에 따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특히 자금조달, 지불수단, 투자수단, 가치저장 등 상품과 금융의 기능을 모두 제공할 수 있기에 비즈니스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는 매우 미흡하였다. 이는 암호자산의 기술발전이 빠르고 그 유형과 적용분야가 다양하고 복합적이라 이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총체적으로 암호자산을 규제할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올해 3월, 암호자산에 대해 완결된 형태의 첫 법제화를 이뤘다. 암호자산을 증권형, 유틸리티형, 자산준거형, 전자화폐형 등 기능과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차등적 규제를 적용했다. 사진=픽사베이

차등적 규제 적용한 유럽연합의 MiCA  

개별 국가별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법제화가 최초로 완결된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2020년에 제안되어 올 3월에 유럽의회에서 승인된 EU의 MiCA(Market in Crypto Asset Regulation)이다. MiCA의 가장 큰 특징은 암호자산을 증권형, 유틸리티형, 자산준거형, 전자화폐형 등 기능과 유형에 따라 분류하여 이에 따른 차등적 규제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분류된 자산이 지불수단이나 가치저장수단과 같은 증권의 기능을 할 경우 기존 금융의 규제를 따르게 함으로써 투명성, 안정성, 소비자보호 등 오랜 기간 정립된 금융의 규제 원칙에 따라 암호자산을 규제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가칭 ‘디지털자산기본법’이라는 법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의 상세 내용이 아직 다 정해지지 않았지만 MiCA와 유사하게 암호자산의 분류에 따라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많은 경우 암호자산에도 금융의 규제감독 프레임워크가 적용될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규제가 금융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더 경직되고 엄격하며 진입규제도 상당하여 관련 산업의 혁신과 진흥을 촉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암호자산이 증권형으로 분류된다면 이는 유가증권으로서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증권사와 한국거래소만이 발행•인수•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미국은 증권사만해도 3천 개가 넘고 인가 요건과 절차도 간단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암호자산 관련 기업이 새로이 증권업 라이선스를 받는 것은 현재 거의 불가능하기에 기존 증권사와 거래소만이 증권형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런 방식의 규제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혁신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스몰 라이선스제도를 활성화하여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해당 라이선스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외 ‘네거티브 규제’ 도입 필요

암호자산의 분류에 따라 관련 법들을 각각 적용하는 접근법이 불가피해 보이나 현실적인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형토큰은 자본시장법, 지불형토큰은 전자거래법, 토큰이 게임에 이용되면 게임산업진흥법 등 분류에 따라 적용 법이 다르다면 중복규제나 규제차익이 없도록 해당 법들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

만약 어떤 기업이 기존 분류체계에서 판정이 어려운 복합적 기능을 가진 새로운 암호자산을 발행하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를 초월한 전담부서도 정해져야 하고 이에 대한 프로세스도 잘 정립이 되어있어야 한다. 법 개정 전에 이를 시도해볼 수 있는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도 있지만 이 역시 혁신기업에게는 어려운 장벽이었다.

암호자산의 법제화를 위해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의 패러다임을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암호자산을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규제하면서 다른 법들에 대해서는 세이프하버 같은 개념을 도입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배상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규제를 집행하는 효율적인 감독 체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암호자산에 대한 감독을 위해서는 암호자산의 기술적 특성과 다양한 상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이 필수적인데 정부 감독기관에 이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정부는 여러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사업자들의 협회를 자율규제기관으로 지정하여 감독업무를 대폭적으로 이양하는 계층적 감독체계가 현실적이다. 

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규제 강국이기에 창의적인 핀테크 사업이 나오지 못했다.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혁신과 규제가 조화를 이루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뉴욕주립대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를 받은 후 경원대(현 가천대) 금융수학과 교수와 럿커스대 금융수학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시티그룹, 가고일 그룹,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즈, 미래에셋대우 등 유수의 금융기관에서 퀀트, 포트폴리오매니저, CIO, CEO 등으로 일을 했다. 현재 홍익대 경영대학에서 재무·금융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 핀테크랩을 설립해 블록체인과 AI, 데이터사이언스 등 기술과 금융을 융합하는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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