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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자유론
  • 최승우
  • 승인 2022.09.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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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지음 | 박홍규 옮김 | 문예출판사 | 328쪽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성인 후보로 지명한 사람에게 성인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악마의 대변인이 제기한 모든 반대론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자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1859년에 쓴 《자유론》은 현대사회의 ‘악마의 대변인’을 옹호하는 책이다.

밀은 사상과 토론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의 개인은 군중 속에 매몰되었다. 여론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다. 자신을 다수자라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의견이 ‘대중’의 의견으로 둔갑해 횡포를 부리고 다른 의견을 침묵시킨다. 인류의 모든 창조적 성취가 다수 의견에 의문을 품은 소수와 그들에게 귀 기울인 집단 덕에 나왔다는 사실을 잊고 자기 의견만 절대시하는 것이다.

밀이 《자유론》을 쓴 지 어느덧 16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오늘날 더욱 선명하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이 넘쳐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는 시대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는 밀의 논의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론》은 명료한 주장과는 별개로 다소 난해한 서술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문예인문클래식으로 개정 출간되는 《자유론》은 영남대 박홍규 명예교수의 적확한 번역, 책의 역사적 맥락과 의의를 짚는 옮긴이 해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소제목,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상세한 옮긴이주를 더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자유와 다양성을 인간성의 기초로 본 밀의 사유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검열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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