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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 최승우
  • 승인 2022.09.23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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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 지음 | 살림터 | 288쪽

발로, 땀으로 되살려낸
남도 임진의병의 발자취를 함께 걷다

‘의병’ 하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및 구한말,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분들 가운데 이름이 생각나는 것은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한 몇몇 의병장 정도다. 의병을 이끌고, 의병을 돕고, 의병에 참여한 많은 분의 자취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궁금해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배우지 않아서,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서 모르는, 이름 없이 죽어간 많은 의병을 우리는 그냥 ‘모른다’고만 해 왔다. 후손 가운데 연고지에 사당이나 당우(堂宇)와 비석을 세워 그분들의 행적을 기리기도 하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서 묻히고 잊힌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곳도 많다.

역사교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 김남철 선생은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 안타까워하며, 무관심과 외면 속에 방치되고 잊혀진 의병들, 그 가운데서도 남도의병들의 자취와 행적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세월 동안 현장을 답사하고, 후손들을 만나서 묻고, 문헌 자료들을 찾아보며 힘든 여정을 거듭했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많은 곳에서 먼지 쌓인 자료와 방치된 유적들이 잊혀진 의병들의 행적과 자취들을 드러냈다. 저자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 못지않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늘 컸다. 그분들의 삶과 행적을 어떻게든 알리고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어진 노력의 결과가 이 책으로 엮어졌다. 의병과 의병을 낳은 집안의 정신과 행적을 기리며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되살리려는 저자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남도의병의 정신을 통해 우리의 책무와 역할을 되새기다

이 책에서는 49꼭지의 글을 통해 60여 명이 넘는 남도 의병들을 지역에 따라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나주/ 화순, 보성, 장흥/ 순천, 광양, 구례/ 여수, 고흥/ 영암, 강진, 해남/ 함평, 영광, 장성/ 담양, 광주로, 지역마다 4~10꼭지의 글을 통해 해당 지역 의병(주로 의병장)들의 삶과 활약상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산골 유배지에서 의병에 참여한 이, 부부가, 부자(父子)가, 가족이 모두 의병에 나선 이, 시묘살이를 마친 후 진주성으로 달려간 형제, 대를 이은 의병 명문가 의병장, 부랑자들을 모아 의병으로 탈바꿈시킨 이, 막대한 재산을 의병 결집에 제공한 의병장, 의병을 일으켜 학행일치를 펼친 이, 안타깝게 공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 한 분 한 분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 많은 분의 숨결과 마음마저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조총을 개발하여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 화차를 개발한 국방과학의 선구자, 전쟁포로에서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가 된 선비 등 익히 알려진 분들이 이야기도 소개된다. 국난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의병장과 가문 사람들의 정신도 새겨두어야 할 점이다.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남도의병의 정신, 멀리 임진의병에서 한말의병 그리고 독립항일운동과 현대의 민주운동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날린 많은 의병장보다 이름 없이 의병 활동에 적극 참여한 의병장들을 알리고 기리는 일은 후세들의 책무이자 역할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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