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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산 역사 1, 2, 3
건축 생산 역사 1, 2, 3
  • 최승우
  • 승인 2022.09.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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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지음 | 마티 | 1160쪽

건축사는 미술사의 막내로 출발했다. 초기 건축사학자들은 미술사 서술의 전통 속에서 2천 년 건축의 역사를 가르고 양식을 분류했다. 19세기만 하더라도 여전히 건축과 회화, 조각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의 역사는 미술의 역사, 양식과 거장 예술가의 연대기로 쓰였다.

그러나 건축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해서 온전히 예술로 볼 수 없는 측면이 무척 크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동원해야 하는 당대 최고의 공학기술, 다른 예술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필요한 자본과 시간, 공사 단계마다 다른 다양한 인력 등 건축은 창작되기보다 ‘생산’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명지대에서 20년 넘게 ‘건축생산기술사’라는 과목을 강의해온 저자 박인석은 건축의 역사를 생산과 기술, 구조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긴 시간 축적된 노하우와 내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로마 여행에서 누구나 경탄하는 판테온을 두고 저자는 로마 건축가들의 탁월성, 형태의 완벽한 아름다움보다 어떻게 43.2미터에 달하는 원형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는지, 무너지지 않게 6미터의 두꺼운 벽에 무엇을 넣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갖은 수를 써가며 왜 저런 건물을 지으려 했는지를 묻는다. 로마인들이 지키려고 했던 건축적 이상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 책은 다음에 주목한다.

“서양 건축 역사에서 읽어야 할 것은 건축물의 형태 양식이나 구축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규범화된, 그 규범이 생산된 사건의 전말이다. 그것은 언제, 누구에 의해, 왜, 어떻게 유럽 전체의, 서양 전체의, 그리고 세계 전체의 건축 규범으로 확산되었는가.”

서양 건축사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하고서 왜 이후에는 이 지역 건축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을까? 우리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해 가지는 시각은 언제 형성된 것일까? 과연 그 옛날에도 고전주의가 확고한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까? 1권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2권에서 저자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고전주의는 르네상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단언한다.

이 만들어진 전통이 전 유럽의 절대왕권으로 어떻게 스며들어갔는지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추적한다. 3권의 주인공은 모더니즘 건축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건축이 특정 계급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무너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치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사나 문화사에서 미흡하게 다루어지는 건축이란 퍼즐이 빈자리에 딱딱 제자리에 맞아 들어가는 쾌감을 선사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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