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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후쿠시마 원전사고’…이타테 마을은 어떻게 재생했나
악몽 ‘후쿠시마 원전사고’…이타테 마을은 어떻게 재생했나
  • 김재호
  • 승인 2022.09.2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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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 제5회 아시아의 목소리
타오 요이치 NPO 후쿠시마 재생회 이사장 강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의 문제다.” NPO 후쿠시마 재생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타오 요이치는 지난 16일, 서울대 인문대학 14동 대강당에서 열린 ‘후쿠시마 이타테 마을의 재생이란 무엇인가? - 자연과 인간의 공생’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이야말로 21세기 일본과 세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가 제5회 아시아의 목소리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타오 요이치 NPO 후쿠시마 재생회 이사장이 이타테 마을의 재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상황을 보면서 도쿄 거주지를 떠나 이타테 마을로 직접 들어갔다. 현재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그 다음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제1호기가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이타테 마을은 후쿠시마 제 원자력발전소에서 북서북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후 제3호기, 제4호기가 폭발하면서 방사능을 함유한 비와 눈이 이타테 마을을 덮었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4월 22일이 되어서야 이타테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 바깥 자주피난의 지시가 내려졌다. 그후 11년이 지나는 동안 이타테 마을은 재생을 위해 재해 지역의 방사능 측정, 농지 및 산림의 제염(除染: 오염물질을 없앰) 작업, 농림업 및 목축업의 재생, 일본 지역과 세계와의 연결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멧돼지 프로젝트’는 마을주민, 자원봉사자, 도쿄대학 농업생명과학과가 협동한 방사능 분석이다. 마을 전체 주민 피난으로 무인 상태가 된 마을에 원숭이, 멧돼지가 증식했다. 멧돼지는 농지를 황폐화하고 농지 제염을 어렵게 했다. 체르노빌 이후 유럽도 멧돼지로 인한 오염이 계속됐다고 한다. 이에 멧돼지를 포획해 해부하고 부위별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방사선량이 아닌 지역의 자료에 토대를 둔 측정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KEK(고에너지가속기 연구기관)의 고에너지 물리학자와 방사선 계측전문가, 토후코대학의 천체관측소, 동경대학 농학부의 후쿠시마부흥농업공학회의 등이 참여했다. 

2011년 7월부터 제염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 했으나, 낙농업 분야에서는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많은 삼림과 목초지가 방사선량이 매우 높았지만, 축사시설은 상대적으로 낮았기에 낙농업의 재생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사료를 외부로부터 사서 먹인 뒤 번식시키거나, 어린 소를 다른 지역에 보내거나 하는 방식의 처리가 괜찮을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에 대해 답변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제염을 위한 실증시험의 과정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소르검(세슘 흡수력이 높은 수수의 일종)을 이용 △하천여과 △낙엽처리 △동토층 제거. 예를 들어, 동토층 표면 제거를 통해 토양의 방사선량이 10 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측정은 원전사고에서 중요한 행위이자 출발점

토론에서 박병도 경상국립대 교수(일어교육과)는 “책임의 소재여부와 처벌의 문제에 따른 정보의 은폐, 방사능이라는 보이지도 느끼기도 힘든 재해 원인의 특징 때문에 ‘측정’은 장기간 폭넓은 지역에서 재해상황을 초래한 원전사고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행위이자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 사고 이후의 재생의 핵심은 역시 원전사고 이전의 자연의 회복,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심정명 조선대 재난인문학 연구사업단 HK교수는 “모르면 아무 것도 느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가시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듯, 생활의 현장에서 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실천들도 아트 프로젝트나 교류활동 등을 통해 보이는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윤여일 제주대 공동자원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타오 요이치 재생의 방향이 ‘생활·생업·생태와 자생·자치·자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의 재생을 △문제 현장으로서의 지역 △생활·생업 거점으로서의 지역 △합의 공론장으로서의 지역 △자생력과 자치력 단위로서의 지역 △지식 축적 대상으로서의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서울대 인문대학 14동 대강당에서 열린 ‘후쿠시마 이타테 마을의 재생이란 무엇인가? - 자연과 인간의 공생’ 강연과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

이날 사회를 맡았던 김지현 서울대 교수(종교학과)는 <교수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타오 요이치 이사장은 현대 국가들이 핵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만 겨냥해도 핵폭탄을 터뜨리는 효과가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우려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인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과학, 기술, 의료, 배려와 돌봄, 예술 등 각 분야가 모두 필요하며, 특히 ‘연결’이라는 것이 공동체의 생명에 핵심적이라는 것을 이 작은 마을이 확대경이 되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대학 교육에 있어서도 인문학, 사회학, 의학, 자연과학, 공학이 분과 학문으로서 전문화되어가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모여서 하나의 공동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로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연결되어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기회였다”라고 평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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