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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5] 모근·모낭 속 거미, 모낭진드기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5] 모근·모낭 속 거미, 모낭진드기
  • 권오길
  • 승인 2022.09.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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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충·옴·여드름
모낭충은 털구멍 하나에 어림잡아 10마리 정도가 들어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사람 몸뚱이도 다분히 자연의 한 부분이라 뭇 기생충들이 빌붙는다. 자연 생태계에 기생물이 없는 곳이 없다. 어디 감히 만물의 영장에다 먹이피라미드의 꼭짓점(정점, 頂點, apex)을 차지하는 위대한 인간에 달려드는 놈이 있담!? 

기생충(寄生蟲, parasite)에는 모기․이․벼룩․빈대 같은 체외 기생충이 있는가 하면, 회충․요충․편충․조충(촌충) 같은 체내 기생충이 있다. 지지리도 못 먹는 판에 빌어먹을 놈들이 안팎으로 집요하게 뜯어 제치니 내 어린 시절은 진정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골칫거리 기생충이 없는 세상은 없다! 그나저나 쓰리고 저린 질곡의 지나간 옛 삶도 이제 와 한낱 추억으로, 마냥 즐겁고 멋진 글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살갗에(특히 얼굴에), 거미(spider) 닮은 진드기 놈들이 득실거리고 있음을 아는가. 그렇다. 모낭진드기(모낭충, 毛囊蟲, follicle mite)이다. 모낭충은 거미강, 모낭진드깃과(科)에 들며, 절지동물 중에서 가장 작은, 얼굴에 기생 진드기(face mite)로 모낭진드기 두 종인 데모덱스 폴리쿨로룸(Demodex folliculorum)와 데모덱스 브레비스(D. brevis)가 있다. 둘은 모두 이마, 뺨, 속․겉눈썹, 코의 언저리에 주로 산다. 전자는 털뿌리(모근, 毛根)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털의 영양․성장을 맡는 주머니인 모낭(毛囊, hair follicles)에, 후자는 모낭 곁에 바짝 붙어있는 지방선(脂肪腺, sebaceous gland)에 산다. 그런데 기름샘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촉촉하고 반들거리게 하는 기름기를 분비한다. 또, 다행히 이 진드기들이 피부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낭진드기(Demodex folliculorum)는 털구멍 하나에 어림잡아 10마리 정도가 들어있다. 성충은 0.3~0.4mm로 거미처럼 몸은 두 마디며, 앞 체절에 4쌍의 다리가 붙었고, 털구멍을 파고들기 편하게 몸은 길쭉하고, 주둥이는 바늘처럼 뾰족하며, 죽은 살갗 세포나 모낭에 든 호르몬이나 지방 따위를 먹는다. 주제꼴에 암수가 제법 신방까지 차리는 체내수정하며, 알은 모낭이나 지방선에 낳고, 수정란은 3~4일 후에 유생으로 부화하여 7일 뒤에 성충이 된다.

그러다가 모낭진드기는 어느 날 밤에 털구멍 밖으로 기어 나와 1시간에 8~16cm 빠르기로 다른 모낭을 찾아 나선다. 그러므로 살이 서로 닿거나 수건을 같이 써도 금세 전염한다. 세상에 이런 지저분한 놈들이 내 낯바닥에 잔뜩 널브러져 있다고!? 하기야 200종이 넘는 보다 작은, 살갗 1㎠에 1천~1만 마리(습한 피부엔 10만 마리)가 진을 치고 있는 세균(bacteria)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말이지.

그런데 이것들이 얼굴에 꿈틀꿈틀, 꼼작꼼작 휘젓고 다녀도 간지럽지도 않고, 숫제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얼굴에 먼지 알갱이가 떨어져도 못 느끼듯이 놈들의 움직임이 역치(閾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 이하라서 그렇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나, 온 얼굴이 가렵고. 그러나 끝내 찜찜하여 깡그리 없앨 셈으로, 씻고 닦고 문질러도 털 안에 콕 박혀 있으니 헛수고랍니다.

옴 진드기는 짝짓기 후 암컷이 살갗 각질을 야금야금 S자 모양의 굴을 파고 들어가 하루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사진=위키미디어

여기에 모낭진드기와 사촌 간인, 같은 거미강에 드는 옴과의 절지동물인 옴벌레(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itch mite)를 알아보자.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 병으로 알았던 옴이 놀랍게도 노인층에서 부쩍 늘었다는 기사를 읽는다. 이들은 주로 손․발가락사이나 손․발바닥, 팔목, 남자의 음낭이나 성기(살)를 스스럼없이 파고든다. 옴진드기는 둥그스름하고 납작한 것이 눈은 없으며, 그 또한 4쌍의 다리를 갖는다. 암컷은 몸길이 0.3~0.43 mm이고, 수컷은 그 반 정도이다. 

짝짓기한 후에 암컷이 살갗 각질(角質)을 25분에서 1시간 동안 야금야금 S자 모양의 굴을 파고 들어가 속에다 하루에 2~3개의 알(0.1~0.15mm)을 낳으니, 그때가 제일(가장) 가렵다(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임). 죽기 살기로 긁어대다 보면 살이 벌겋게 피가 송송 맺히고, 헐기도 한다. 알은 3~10일 후에 까여 살갗 위로 올라와 역시 모낭을 찾아가 거기서 죽은 각질세포를 먹고 유생 시기를 보낸 뒤 성체가 되고, 3~4주간 피부에서 한살이(일생)를 마감한다. 

그런데 이 싹수없는 녀석들이 이내 손바닥에 아득바득, 덕지덕지 달라붙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피부(겉)에 살기에 악수만 해도 대뜸 옮겨붙는다. 흔히 운이 없을 때 “재수 옴 올랐다(붙었다).”라고 하는데, 한 번 감염되면 잘 낫지 않고 오래 간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생기는 여드름(pimple) 이야기다. 여드름은 피지선이 모여 있는 얼굴, 목, 가슴 등에 많이 발생하며, 털을 만드는 모낭에 붙어있는 피지선의 피지(皮脂, sebum)와 죽은 세포가 너무 많아 털구멍을 막아 염증이 생기는 뾰루지(모낭염)를 말한다. 보통 여드름은 사춘기 청소년의 85%에서 관찰되며, 사람에 따라 심한 정도가 다 다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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