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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적응
심층적응
  • 최승우
  • 승인 2022.09.16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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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 벤델·루퍼트 리드 지음 | 김현우 외 3인 옮김 | 착한책가게 | 428쪽

기후 재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부정을 넘어
붕괴의 시대에 추구하는 급진적 회의주의와 능동적 희망

“심층적응”은 기후 위기에 따른 사회 붕괴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적, 집단적 변화에 대한 이론이다. 사회와 자연 세계를 되도록 더 많이 구하면서 또 한편으로 고통을 줄이는 데 집중함으로써 혼란이 증가하는 무서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 붕괴의 가능성이나 또 현실로 전개되고 있는 바를 자신의 일과 삶에 어떻게 통합하기 시작했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책이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와 사회, 정치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대해 회복력을 갖도록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대신에 극히 어려운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직면하여 사람들이 집단적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며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기후 재난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심각한 재난 위험을 경고하는 소식이 전해진다. 회피하고 싶지만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과 경고의 소리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사회 붕괴의 위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3년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여름을 강타한 80년 만의 폭우도 지구 가열로 불안정해진 기후의 영향이며 이는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폭염, 폭우, 폭풍, 전염병과 그로 인해 다방면으로 입는 피해의 빈도와 강도는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기 중 탄소를 드로다운(격리)하는 노력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붕괴에 대비하고, 지금까지의 주류적 접근에서 벗어나 생산, 교역, 생활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심층적응과 변형적 적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전제가 사회 붕괴이고 기후 위기의 영향이 우리가 의지하는 산업소비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파국을 피하기엔 너무 늦었고,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목표 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그 속도가 갑작스럽게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전환은 기존의 위계질서를 뒤집고 사회정의, 반가부장제, 탈식민화, 불평등 해소에 노력을 쏟고 서로의 자유를 지지하는 공동해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전환의 과정이 고통만은 아니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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