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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 다이어트와 기후악당
닭가슴살 다이어트와 기후악당
  • 김정규
  • 승인 2022.09.2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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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기후미식: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이의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40쪽

비건 식단 실천과 온실가스 감소의 보조금
영양소 섭취기준에 지속가능성은 어디있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2018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비건(vegan) 식단을 실천하면 매년 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2018년 온실가스 전 세계 배출량이 459억 톤임을 감안하면, 인간이 비건 식단을 거부하고 동물성 식품을 지금처럼 소비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17.4%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자동차나 항공 등 운송수단에 쓰이는 화석연료 때문에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16.2% 수준)보다 많다. 그렇다면 전기차 구입 보조금처럼 비건 식단 실천 보조금도 지급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를 자연생테계에 ‘흡수’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방법이다.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서 온실가스의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생활습관의학 전문의인 이의철 씨는 최근 펴낸 『기후 미식』(위즈덤하우스, 2022)에서 전자의 방법에 주목한다. 

#질문 1: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것과 온실가스는 어떤 관계일까? 현재 인류는 빙하나 사막 등 불모지를 제외하고 지구 표면의 약 70%를 이용하고 있다. 이 면적의 37%가 숲이고, 50%가 농지다. 이 농지의 77%가 가축용 방목지와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인간이 직접 먹는 작물 생산에 사용되는 농지는 23%다. 

그런데 동물성 식품에서 섭취하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82%의 칼로리는 23%의 농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에서 섭취한다. 만약 인류가 동물성 식품에서 얻고 있는 18%의 칼로리를 식물성 식품에서 섭취한다면 현재 경작지의 70%가량을 숲과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린카본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린카본’(green carbon)은 육지의 숲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지난 10년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숲이 흡수했는데, 숲이 파괴되면 이 그린카본이 감소하여 그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게 된다.  

#질문 2: 육류에 대한 우리의 편견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근대 식이요법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카를 폰 포이트(Carl von Voit)는 체중 70Kg의 성인 남성은 단백질을 매일 최소 118g을 섭취해야 한다고 1877년에 주장했다(현재 권장량은 56g). 여기에서 단백질은 곧 육류를 의미했으며,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군인들에게 매일 신선육 375g, 가공육 200g을 배급했다. 미국의 영양학계도 포이트의 제자였던 윌버 애트워터의 영향을 받아 단백질, 특히 동물성 단백질에 집착했고, 한국도 그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밥이나 빵을 거의 먹지 않고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닭가슴살이나 달걀, 단백질 파우더를 챙겨 먹는다. 그런데 체중 감량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부작용이 생긴다고 한다.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혈당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다. 

2020년에 발표된 일명 ‘로테르담 연구’에 의하면 동물성 단백질은 많이 먹으면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이 결과를 한국식으로 바꿔 보면 밥 한 공기 안 먹는 대신 육류나 어패류 등 동물성 단백질을 더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174%, 349%씩 증가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 발육, 특히 키를 크게 하고 싶다는 부모 욕심으로 좋은 단백질, 그러니까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인다는 것이다. 영양이 이미 과잉 상태인 한국 어린이들에게 체중이 빨리 느는 단백질을 더 먹이는 것이니 비만과 당뇨, 고지혈, 고혈압, 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또한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설탕 수준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만성질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영양의 과잉과 성장, 기후변화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맛과 함께 지구생태계 고려한 음식 주세요

파국적인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미만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맛과 취향, 신분의 과시, 영양학적 고려를 넘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책의 저자는 이를 ‘기후미식’이라고 칭한다.

‘기후미식’은 비건주의 식단은 동물에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식물성 가공식품을 포함하지만, 위의 책에서 저자가 주창하는 건강 위주 식단인 ‘자연식물식’에서는 식물성 기름과 설탕, 정제 당분이 다량 함유된 식물성 가공식품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이의 섭취를 최소화하라고 제안한다. 

탈인간중심주의, 탈이윤지상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여 채식선택권에 대한 입법 활동도 필요하다. 2016년 네덜란드 영양센터는 국내 거주자들에게 육류 섭취를 주당 최대 2회 500g 미만으로 제한하는 식이지침을 발표했다. 포르투갈은 2017년 학교,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교도소 등의 공용매점 및 구내식당에 채식 메뉴 구비 의무를 법률로 정했다. 2019년 뉴욕시는 학교급식에 발암물질인 가공육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류를 1급 발암물질(Group 1), 붉은 육류를 2급 발암물질(Group 2A)로 규정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 격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 12월 새로운 식이지침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이 발표됐지만, 어디에도 지속가능성, 온실가스 등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여전히 단백질을 먹으려면 동물성 단백질을 우선으로 먹고, 우유나 유제품도 매일 챙겨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비건 식단 실천 보조금은 언감생심이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인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지탄받지 않으려면, 건강한 영양 섭취를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학계의 관심, 시민사회의 실천이 절실하다.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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