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2:30 (토)
이제야 비로소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 최승우
  • 승인 2022.09.13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지 지음|아미북스|260쪽

모든 것이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
불행이 찾아왔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던, 20대 중반 여자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만나 결혼했고, 무탈하게 딸을 낳았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누렸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꿈이 많았기에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둘째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이래도 되는 걸까? 세상이 나에게만 이런 완벽한 행복을 줄 리 없어.’

그리고 곧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병원 나이 스물다섯 살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 책은 이십대 중반에 접어들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에게 닥친 불행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많이 사랑한 만큼 아파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지금까지 완치되지 않아 재발과 항암을 번갈아 6년째 투병하며 소진된 체력으로 두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스러움, 처음에 항암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져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로 한 일 등 건강한 보통 사람이 겪지 못하는 다양한 일들을 정말 담담하게 전달한다. 

암에 걸렸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6년째 암 투병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절망에만 빠져 있지 않는다.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자신의 암에 대해 공부하고, 가족들 곁에 더 오래 있기 위해 배려한다. 그 과정에서 항상 가족 챙기기에 바빠 뒷전으로 밀려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암에 걸린 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 자동차 사고처럼 우연히 온 것이며, 자신은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위안한다. 

무엇보다 암에 걸린 후 예전과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은 ‘머리가 짧아진 공주일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변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변한 것이고,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결국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는 것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또 투병 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삶을 살게 되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암에 걸린 것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저자는 치열한 투병 과정을 덤덤하게 기록하고, 자기 내면을 고찰하는 과정을 통해 암 환자도 일상을 잘 살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암 환자들이 겪는 수없이 많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이 무조건 쉬어라, 몸 먼저 챙겨라 하는 잔소리와 한숨, 너무 위로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편안하게 일상적으로 대하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는 말을 한다. 또 주사를 놓기 전 ‘따끔해요’라고 말해주는 간호사 선생님이나, ‘힘내세요’라는 작은 응원 등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해준다. 암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아프지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을 솔직하게 담고 있어 많은 암 환우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공감과 위안을 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