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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요시무라의 것 그대로 답습 수준”
“스승 요시무라의 것 그대로 답습 수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3.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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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김수근 건축, ‘또’ 도마에 올라

▲1960년대 김수근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원서동 구인회 家. ©

김수근 건축의 일본적 영향은 오래된 테마다. 최근 들어 그의 건축이 단순한 일본 모방과 취향이 아니라, 일본적 정서와 코드를 매우 깊이 내면화한 건축이라는 관점이 학계에 계속 보고되고 있다.

정인하 한양대 교수가 ‘김수근에 대한 일본건축의 영향과 한국건축의 이념형의 탐구’ 등 연속적으로 관련 논문을 발표해왔던 것에 이어, 강혁 경성대 교수(건축사)도 최근 논문에서 김수근 건축의 일본적 특징을 구체적이고 내밀하게 파고들고 있어 주목된다.

요시무라 준조와 당게 겐조의 영향

강 교수가 발표한 ‘김수근 건축의 일본적 영향에 관한 연구’(한일연구, 16집)는 김수근 건축의 특징뿐만 아니라, 그가 일본의 것과 서구의 건축적 특징을 혼돈하는 가운데 일본화된 건축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러한 김수근의 작업이 그의 ‘한국적인 전통’을 표방한 건축에도 상당히 반영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김수근은 1951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예대에서 수학했는데, 가장 영향을 받았던 이들은 스승 요시무라 준조와 당시 일본 건축계를 선도하고 있던 당게 겐조다.

김수근이 귀국 후 보여준 1960년대 건축물을 보면 “건축적 이상을 당게로 설정하고 콘크리트 건축에 깊이 경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70년대 초 한국 건축계에 전통 논의가 한창일 때 김수근이 외친 “건축은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창조되는 것”, “전통의 변혁” 등도 역시 “당게 사상을 반복한 것”임을 강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수근이 당게의 건축을 모방하면서 그것이 서구의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일본적 정신이 깊이 침윤되어 있었음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당게는 모던건축의 언어를 구사했지만 무미건조한 익명적인 국제양식에 저항하고 지역적인 성격을 획득해 성공한 비서구적인 건축가였다.

그동안 김수근의 건축물들은 내부구조가 아담하고 담백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는데, 강 교수는 이 역시 “요시무라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특히 공간사옥은 김수근이 ‘한국적 전통미’를 가장 잘 발휘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강 교수는 이 역시 “내부 공간은 요시무라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그것이 일본 전통주택의 담백하고 간결한 공간을 그대로 도입한 것임을 알고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그는 김수근의 작업에서 보이는 내밀하고 아늑한 공간, 일견 너무 스케일이 작고 협소해 답답함마저 느껴지는 공간의 기원이 바로 요시무라에 있다고 말한다.

서구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의 혼돈

강 교수는 “김수근의 건축에서 나타나는 일본적 영향은 우리 근대가 일본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데서 의미심장하다”라고 말한다. 근대를 빨리 성취하기 위해 우리가 택한 손쉬운 방법은 일본식으로 변형된 근대를 직수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편리와 효율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것은 오늘날 김수근 건축을 다시 들여다볼 때 느껴지는 혼돈이라는 것이다.

즉, “서구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의 혼돈, 혹은 일본적인 것의 기원에 대한 무지”인데,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여과할 수 없을 때 우리의 문화적 자생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게 강 교수의 전언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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